▲ 지난 4일 김해매화로타리클럽이 마련한 이주여성 친정부모 초청 만남의 날 행사 모습.

 그녀의 손은 깡말라 있었다. 볼은 병자처럼 야위어 검붉었다. 머나먼 이국땅으로 딸을 시집 보내고 한시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2년 간의 그리움은 사람을 마르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김해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글렌다 볼리식(52·여·필리핀) 씨의 눈은 깊이 젖어들었다. 마닐라에서 부산으로 출발한 비행기 속에서 울지말자고 몇 번이나 마음 먹었던 다짐은 딸을 보는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꿈에도 그리던 딸, 볼도네스 메이(30·여)가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발을 구르며 기다리기는 딸도 마찬가지였을 터. 모녀는 한참을 껴안은 채 눈물만 흘렸다. 돌쟁이 손녀까지 덩달아 울었다.
 
메이 씨처럼 김해시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이번 5월은 참으로 뜻깊은 달이었다. 모두 10명의 이주여성들이 그리운 친정 부모를 김해로 초청해 해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사정과 복잡한 입국절차 때문에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었기에 감격은 더욱 컸다.

김해매화로타리클럽 10주년 기념행사
가정의 달 맞아 10명 가족 초청 "한국의 따뜻한 사랑 느끼게 해 감사"

이주여성들에게 꿈과 같은 가족 상봉의 기회를 제공한 곳은 김해매화로타리클럽(이하 매화로타리)이다. 지난 4일 매화로타리가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로 '이주여성 친정부모 모시기' 행사를 기획했다. 이주노동자들과 결혼 이주민들이 3만여 명 가량이나 되는 김해의 특성을 감안한 행사였다.
 
매화로타리 이현숙 회장은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눈물 짓는 이주 여성들에게 가정의 달을 맞아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면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가족을 만나 기뻐하는 이주여성들의 미소를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매화로터리는 이번 행사를 위해 필리핀, 일본, 베트남 등에서 김해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의 부모를 보름 전부터 차례로 초청해 모셔왔다. 이주여성들 부모의 왕복 항공권 비용은 물론 비자를 받는 절차까지 매화로타리가 떠맡았다.
 
그러나 10명을 초청한 이번 행사의 비용은 만만찮았던 모양이다. 매화로타리 회원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십시일반 회비를 모은 것도 부족해 지난해 말 의류 바자회를 열어 비용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 로타리 본부도 매화로타리 회원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성의를 보태 행사가 성사되게 됐다. 이현숙 회장은 "회원들의 몸사리지 않는 봉사정신과 헌신이 없었다면 이번 행사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매화로타리 회원들의 이런 마음이 이주여성들에게도 전달됐을까? 지난 4일 김해시 부원동 G뷔페식당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는 초청받은 이주여성 가족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13년 된 정은선 씨는 "지난달 17일 매화로타리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김해로 모셔왔다"면서 "가족이 그리워도 쉽게 갈 수 없고 힘들어도 기댈 곳이 없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행사였다"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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