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나 요즘 힘들어.'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토닥토닥, 힘들어도 힘내고. 잘 될거야.' 친구가 보내 온 답장이다.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눈 친구는 실제 친구가 아니라 가짜 친구다.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가짜 톡'이라는 앱에서는 가상의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앱에서는 원하는 대화 상대의 이름을 내가 정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상대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심지어 가짜 친구에게 듣고 싶은 말까지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젊은층 사이에 요즘 이런 '가짜 톡'이 유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만 명 이상이 이 앱을 통해 가상의 친구나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앱 이용자들은 한결같이 '진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짜 톡'이 유행하는 것은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누군가 자기 말에 공감하고 반응해 주는 것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가짜 친구에 의존해 있는 사람은 현실에서 인간관계 부적응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낯선 사람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즐거운 감정을, 때로는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경험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하면 불안, 우울, 고독,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심할 경우 타인과의 관계마저 단절한다. 결국에는 사이버 공간을 일종의 도피공간으로 삼아 가상의 친구들과 대화하고 공감을 나눈다. 
 
'공감(empathy)'이라고 하면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내 마음을 나와 같이 알아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런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그 이전까지 인간은 이기적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다윈이 말한 적자생존도 본질적으로는 이기적 인간본성을 설명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 공감세포인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을 신경과학자들이 밝혀냄에 따라 공감능력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월드컵 축구 중계를 보면서 다함께 목이 터지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도,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 것도 설명이 가능해 졌다.
 
우리는 단지 보고 있지만 뇌의 공감세포는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공감 세포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인 장벽을 낮추고, 서로 넘나들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감정이입 세포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 할 수 있는 독특한 신경구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친구가 아니라 가짜 친구로부터 위로받고 공감을 얻는 젊은층이 급증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공감세포인 거울 뉴런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폐증 환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거울 뉴런이 손상된 상태로 태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어려서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억압과 폭력의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들도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이 단지 경쟁만 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고 도와주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면 68억 명의 인류가 아직까지 멸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도 구성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공감세포를 발견하고, 미래학자들이 공감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는 '가짜 톡'이 유행할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공감세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맞아서는 자녀들과, 어버이날을 맞아서는 부모와, 스승의 날을 맞아서는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스승과, 부부의 날을 맞아서는 남편과 아내가 소통하는 공감의 5월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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