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산단 개발 공사로 잘려나갈 위기
주민들 "시목 유래·마을 조상을…"
시행사 "이식 검토" 불구 성사 불투명


▲ 한림면 망천마을의 한 주민이 잘릴 위기에 놓인 3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안된다, 안돼. 그 나무는 우리 마을의 보물이야. 살려야 해. 살려야 해."

한림면 신천리 망천마을의 최고령 어르신인 이금순(96·여) 할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귀가 어두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그는 이웃주민에게서 마을 뒷산의 수령 300년 가량 된 은행나무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은행나무를 살려야 한다고 토로하더니, 급기야 주민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수령 650년 이상 된 이팝나무가 자랑거리인 망천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마을 뒷산이 신천일반산업단지 건설 부지로 수용되면서 이 곳에 있는 수령 300년 가량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잘릴 위기(김해뉴스 2014년 8월 20일자 2면 보도)에 몰렸기 때문이다. 나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나무 밑에 드러누워서라도 벌목을 막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시는 지난해 3월 20일 ㈜근해씨엔씨 등 4개사가 신청한 신천일반산업단지 계획을 승인·고시했다. 내년 12월까지 한림면 신천리 산 117번지 일원 25만㎡의 부지에 민간개발 방식으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운송 장비 제조업, 전기·가스·중기 및 공기조절공급업 등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을 뒷산에서는 산업단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움직이는 소리가 마을 가까이서 들린다. 은행나무와 산업단지 공사현장과의 거리는 불과 50m. 공사는 이미 50% 이상 진행되고 있다.

이 곳에 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의 수령은 30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김해의 시목(市木)이 은행나무로 정해진 것은 바로 이 은행나무들이 유래라고 한다. 가까이 붙어 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는 모두 높이가 30m에 달한다. 각 나무의 둘레는 380㎝나 된다. 사람 3명이 손을 잡고 안아도 나무를 다 감싸지 못할 정도다. 은행나무에서 직선거리로 2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천연기념물 제185호로 지정된 수령 650년 이팝나무가 서 있다.

망천마을 주민 안순악(81·여) 씨는 "저 나무가 우리 마을에 어떤 존재인지 한림면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다 안다. 김해의 시목이자 김해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나무가 서 있는 부지를 소유한 허씨문중에서 은행나무 씨앗으로 묘목을 길러 시에 기증을 하거나 팔기도 했다. 그 돈으로 자손들이 대학에도 갔다. 김해에 있는 여러 은행나무들의 어미나무이자 마을 주민들의 조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민 조희강(86·여) 씨는 "매년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에 열린 은행을 따서 마을사람들이 나눠 먹곤 했다. 마을의 조상들은 여름에 폭우가 쏟아져도 이팝나무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마을에 물난리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며 후손들에게 나무를 소중히 하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윤순연(76·여) 씨는 "산업단지를 짓겠다며 주민설명회를 했을 때 시는 물론 시행사 측에서도 나무를 자른다는 이야기를 주민들에게 한 적이 없다. 나무가 서 있는 땅이 산업단지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시와 시행사가 알면서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괘씸하게 생각한다. 절대 벌목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다"며 분노했다. 그는 나무에서 5m 가량 떨어진 샘터로 가더니 "가뭄이 돼도 절대 마르지 않던 샘이었다. 그런데 10년 전 마을 주변에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물이 말라버렸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 이귀순(67·여) 씨는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 뒷산을 바라보며 "산업단지가 건설되면 마을에 망조가 든다고 그랬는데…. 수령이 300년 가까운 나무들을 자른단 말이냐. 절대 안된다. 마을에 사는 모든 노인들이 나서서라도 나무를 지킬 것"이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웃사람들과 은행나무 밑에 모여 잔치를 열고 음식을 나눠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잔치를 열지 못했다"며 "뒷산 대부분이 깎여 나가고 마을 주변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버린 상황에서 은행나무마저 잘린다면 주민들은 더이상 이곳에서 살지 못하고 마을을 떠날지도 모를 일"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신천일반산업단지 시행사인 근해씨엔씨 측은 "산업단지 안으로 나무를 이식하는 방향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를 이식하려면 헬기 2대 등 중장비가 동원돼야 한다. 여기에 주민들은 이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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