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박경용 씨를 볼 때면 '김해에 대해, 또 가야에 대해 김해에서 이이만큼 애정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현재 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 초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가는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한 뒤로 은근히 기대감이 컸다. 그가 소개하는 식당이라면 필경 김해사람들의 마음을 잘 아는 맛집일 터이니.
박 회장은 "김해를 위해 노력하는 <김해뉴스>가 고마워서 맛있고 정성 가득한 밥 한 끼를 꼭 사주고 싶었다"며 서상동 '산호정'으로 안내했다. 그는 "박 기자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식당이다. 김해 박씨종친회의 공식 지정 식당이 바로 이 곳"이라고 소개했다. 식당 주인이 박 씨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란다. 오로지 맛과 정성 그리고 친절이 종친회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란다. 박 회장은 "박씨종친회 모임을 한 뒤에는 항상 이 집에 온다. 여러 집을 다녀봤지만, 결론은 '산호정'이었다"며 "그 세월이 10년"이라고 전했다.

해물찜국·아구찜·해물찜·아구탕 …
그날그날 새로 만드는 푸짐한 밑반찬
어머니 상차림처럼 정갈하고 정성 가득
"문학·예술처럼 진성성 가득한 식당"


▲ "맛있고, 친절하고! 이만한 식당 또 있나요?" 박경용 회장이 갈치찌개를 맛보라고 권하고 있다.
기자가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꺼내놓자 주인이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박 회장이 취재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박 회장은 "특별히 준비할 것 없이 평소에 하는 그대로 음식을 달라"고 말했다. 산호정을 소개한 데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 집은 해물찜국, 아구찜, 해물찜, 아구탕 등이 아주 맛있다. 뭘 먹어도 맛있으니, 제일 먹고 싶은 걸 주문하라"고 권했다. 의논 끝에 갈치찌개를 주문했다.
 
박 회장은 갈치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생선이 무척 귀했다. 나는 갈치구이를 특히 좋아했다. 옆집이 여관이었는데, 옛날에는 여관에서 손님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내가 너덧 살 때쯤, 그 여관 식당에 아장아장 걸어가더니 손님 아침밥상의 갈치를 다 먹어버렸다고 하더라. 좀 더 자란 뒤에 여관주인이 나를 보고 '갈치 값 내놔라'라고 농담을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더라."
 
어느새 상 위에 반찬이 놓였다. 가자미조림, 잡채, 닭똥집, 목이버섯무침, 으깬 감자 샐러드, 삼색나물, 김치, 간장게장, 단호박 조림, 오징어무침, 곤약 메추리알조림, 새우와 깻잎 튀김. 11개의 반찬 모두가 먹음직스러웠다. 기본상 차림이 이렇고, 찜 같은 요리를 시키면 더 많은 반찬이 나온다고 한다. 박 회장은 "밑반찬이 풍성하다. 하나하나가 모두 맛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종류도 많지만, 그 하나하나가 이 집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맛있다.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모두 총족시켜 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래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집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온다. 올 때마다 손님들이 많더라. 단체손님도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산호정이 문을 연 지는 13년째이다. 오전 7시면 주방에서 그날 내놓을 음식을 장만한다. 전날 음식은 모두 처리하고 매일 새로 준비한다. 낮 12시 직전부터 점심 장사가 시작된다. 산호정 홍광자 사장은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한다. 홍 사장은 손님들이 남긴 음식도 모두 맛을 본다. 그래야 손님들의 마음까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 홍 사장을 두고 사람들은 '음식업이 천직'이라고 말한다.
 
갈치찌개가 나왔다.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뜨거운 뚝배기가 놓였다. 찌개는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부드러운 생선살부터 한 젓가락 먹고, 밥 한 숟가락을 먹고, 찌개 국물을 한 모금 먹고…. 집에서 먹는 것처럼 푸근한 맛이었다. 갈치 밑에는 간이 배인 무와 감자가 놓여 있었다. 무를 조금씩 잘라 밥 위에 올려 먹으니 별미였다.
 
찌개와 밑반찬을 먹고 있는데, 문득 '이렇게 음식을 차려내고도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이 산호정 주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이 말이라고 한다.
 
▲ 산호정의 다양한 음식은 손님의 입맛을 고루 충족시켜 준다. 왼쪽은 갈치찌개, 해물찜국, 아구찜, 해물찜(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오른쪽은 밑반찬 상차림.
산호정의 다른 대표 음식을 물어보았다. 홍 사장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좋은 음식으로 해물찜국과 아구찜, 해물찜 등을 추천했다. 해물찜국은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하는 최고의 영양식이라고 했다. 새우, 꽃게, 낙지, 전복, 고사리, 들깨 등이 들어간다고 했다. 다양한 해산물과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해물찜은 매콤하고 개운하다고 했다. 홍 사장의 음식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음식을 먹고 있는데도 군침이 돌았고, 다음에 다시 와서 다들 꼭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호정이란 상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박 회장이 "산호는 바다의 보물이다. 해상왕국 가야, 금빛 바다 김해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하자, 홍 사장은 "해물 음식을 내놓는 식당에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지인이 지어주었다"라고 답했다.
 
홍 사장은 "우리 집에서 수년째 계모임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이 와서 식사할 때, 산호정에 처음 와보는 신입회원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식사를 끝내고 나갈 때 '참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가족과 한 번 더 와야겠다'며 명함을 들고 간다. 그러면 보람도 느끼고 또 안심도 된다. 만약 우리가 내놓은 음식에 아무런 감동이 없다면 일부러 산호정을 찾아주신 분들께 큰 실례가 아니겠는가. 음식을 먹고 난 다음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기억에 남는 손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간 적이 있다. 그분들은 닭볶음탕을 주문했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 '타지의 공사현장에서 30년 동안 식당 밥을 먹어온 인생이다. 그런데 식당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집에서 먹는 밥 이상으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라고." 그 닭볶음탕은 또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박 회장은 "산호정은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꾸준히 장사를 해왔다. 박씨종친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와 모임이 산호정을 찾아온다. 그 모임에 음식대접을 해 온 산호정은 김해 토박이나 마찬가지이다. 문학이나 예술처럼 식당도 진정으로 손님을 대해야 한다. 그 마음이 손님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산호정의 직원들은 한식구나 마찬가지이다. 한 직원은 손님들 사이에서 '김여사'로 불린다. 김여사는 5년, 주방에서 일하는 조선족 직원은 9년째 산호정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니 주인과 직원이 한마음으로 손님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후식으로 수정과와 딸기가 나왔다. 손님들 사이를 오가면서 식사가 끝나가는 과정까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산호정 식구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산호정 좋은 음식점이죠?" 박 회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산호정/서상동 94-8 경화춘 골목 비비 맞은편. 055-324-4342. 해물찜국 3만~4만 원, 아구찜 2만 5천~3만 5천 원, 해물찜 3만~4만 원, 닭볶음탕 3만 원, 갈치찌개 9천 원, 돌솥비빔밥 8천 원, 김치찌개·된장찌개·순두부찌개 7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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