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한여름이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요즘 같은 날씨엔 이비인후과 문턱이 바빠진다. 침도 삼키지 못할 만큼 목이 부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편도염은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목이 아프고 고열과 두통, 전신근육통을 동반하는 급성편도염이 일반적이다. 이런 급성편도염이 자주 반복되면서 목에 이물감이 생기고 가래를 뱉으면 악취가 나는 좁쌀 같은 덩어리가 나온다면 만성편도염을 의심해야 한다. 감기와도 흡사한 편도염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환절기 기온차·스트레스·과로 등 원인
대부분 세균·바이러스 구개편도 침입
물 많이 마시고 모과·도라지 등 효과
급성편도염 반복 땐 만성으로 전환
현대의학 '수술' 한의학 '면역력 강화'


■ 병원체 공격 1차 방어선

▲ 목젖 양쪽의 구개편도가 부어올라 충혈되고 흰색 고름이 생긴 급성편도염 모습.
40대 중반의 직장인 최 모 씨는 급성편도염 때문에 1년에 두 번 정도는 병가를 신청한다. 올해 봄은 잘 넘어가는가 했는데, 최근 들어 잦아진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 술자리 때문에 많이 지친 상태에서 일교차도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여지없이 급성편도염 증세가 나타났다. 목 안이 부어 물을 마시는 것조차 힘들고 근육통으로 온몸이 으슬으슬해 결국 병가를 신청하고 하루를 쉬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편도란 목구멍 안쪽 인두점막 속에 발달한 림프조직체이다. 위치에 따라 목젖 양쪽의 구개편도와 코 뒤쪽의 인두편도(아데노이드), 혀 밑 설편도, 코와 목구멍 사이에 있는 이관편도 등으로 나뉜다.
 
급성편도염이란 주로 구개편도에 발생하는 급성염증을 말한다.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 발생하며, 주변 인후조직의 임파선을 침범하는 인후염이 생길 수 있다. 전염성 병원균들은 물이나 공기를 통해 식도와 기도로 침입한다. 이때 면역 체계에 매우 중요한 백혈구의 한 유형인 임파구들이 편도선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를 한다. 1차 방어선인 셈이다.
 
활천경희한의원 이현효 원장은 "편도선이 병원체의 공격을 받으면 구강, 부비동 등이 감염되지 않도록 제일선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때 편도선이 붓게 된다. 따라서 편도염은 비상경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 어린이와 여성에게 많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편도염 진료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세 이하가 전체의 22.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1.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가장 흔한 편도염 원인균은 베타 용혈성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폐렴구균 및 혐기성 균주들이다. 바이러스도 급성편도염의 흔한 원인 병원체다. 인플루엔자, 파라인플루엔자, 단순 헤르페스, 콕사키, 리노바이러스 등이 이에 속한다.
 
급성편도염에 앞서 작용하는 요인은 피로, 심한 온도변화 노출, 상기도 감염, 대사성질환 및 면역질환 등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편도염 증상으로는 38~40도에 이르는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인후통이 있다. 목구멍의 근육기관인 인두근육에 염증이 번지면서 침조차도 삼키기 어렵게 된다. 두통 및 전신쇠약감, 관절통 등 몸 전체에 걸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현효 원장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은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고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세균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의료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9세 이하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가정이나 다양한 형태의 집단생활 속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 진단과 치료
급성편도염에 걸리면 편도가 충혈되고 비대해진다. 심할 경우 표면에 흰색의 고름이 생기기도 한다. 또 반복되는 편도염은 주위에 있는 기관에도 염증을 유발시킨다. 소아의 경우 편도의 염증이 이관을 통해 중이강내로 들어가 자주 중이염 증세를 일으키거나 비염 또는 축농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치아의 부정교합이나 얼굴 모양의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주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아스피린 계열의 약물을 투여한다. 세균성 편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나 소염진통제 등을 사용한다. 사용량은 사용 전 세균배양 검사와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환자의 나이와 몸무게를 고려해서 정하게 된다.
 
반복적인 급성편도염이 1년에 3~4회 이상 재발하거나 최근 2년간 매년 3회 이상 나타날 경우, 편도가 비대해져 치아 부정교합이 생기거나 안면 발달에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또 편도 비대로 인한 심한 코골이, 만성적 수면무호흡증, 약물치료에도 잘 낫지 않고 입냄새와 지속적인 인후통 등이 동반될 때에도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편도선 수술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현효 원장은 "편도선이 잘 붓는다고 잘라내는 것은 담장을 넘으려는 도둑을 보면서 짖는 개가 시끄럽다고 집주인이 개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며 "한의학에서는 수술 대신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써서 편도선 비대를 치료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주의할 점과 도움이 되는 음식
편도염에 걸렸을 경우에는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식을 먹는 것이 좋다. 계란, 우유, 미역국 등 부드러운 음식이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 술과 견과류, 자극적인 조미료 등은 삼가야 한다. 고열이 날 때는 탈수를 막기 위해 과일주스나 수프를 마셔 수분을 공급하면 좋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소염작용이 있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냉수 또는 미지근한 온수로 꾸준히 목안을 헹궈주면 통증을 완화시키고 목구멍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꿀에 재어 둔 모과나 통도라지를 끓여 진한 차로 마셔도 좋다. 도라지 분말을 물에 타서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생강은 열을 내리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매실은 해열 및 살균 해독 작용이 있어 편도염에 특히 좋다. 배를 즙을 낸 뒤 차갑게 해서 천천히 마시면 열을 내리고 목구멍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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