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향기가족봉사단이 한 요양병원에서 꽃꽂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0년 창단 … 23가족 회원 구성
매달 요양병원 방문 꽃꽂이 등 봉사
치매 어르신 심리·신체 치료 탁월
"꽃과 함께 웃는 삶 이어 나갈 계획"

"꽃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행복해지잖아요. 어르신들은 특히 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무룩하던 어르신들이 싱그러운 꽃 한 송이를 받으면 금세 표정이 밝아져요.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우리 얼굴에도 자연스레 웃음꽃이 핀답니다."
 
꽃향기가족봉사단의 염부귀(51) 회장은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꽃향기가족봉사단은 꽃으로 어르신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봉사단체다. 2010년 창단한 뒤 매달 요양병원을 방문해 노인들에게 꽃꽂이, 작물 재배 등을 통해 원예치료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세 가족으로 시작했던 꽃향기가족봉사단은 지금 23가족으로 늘었다. 이들은 아버지, 어머니, 자녀 등으로 이뤄진 가족들이 3개 팀으로 나눠 보현행원, 경남도립김해노인병원, 가야노인전문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매달 방문한다.
 
꽃향기가족봉사단의 시작은 뜻밖에도 자녀교육 때문이었다. 염 회장은 "아들이 '요양병원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더니, 한 할머니가 '이제 안 오잖아'라고 대답하더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봤다.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을 시키지만 아이들은 제대로 봉사할 곳이 없어 시간 때우기에 머물거나 일회성, 형식적으로 자원봉사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속해 있던 '하수꽃꽂이'에서 꽃으로 자원봉사를 하면 어떨까 하고 뜻을 모아 봉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시작한 봉사였지만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다. 단원 정점숙(52) 씨는 "치매로 행동이 과격한 어르신이나 정서상태가 불안한 어르신들에게 꽃을 들고 가 향기를 맡게 해 드리면 시무룩하던 표정이 금세 풀린다. 어르신들이 '덕분에 꽃을 구경한다'며 고맙다고 하면 저희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 씨는 '꽃다방'이라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꽃은 가게에서 파는 꽃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가장 싱싱하고 예쁜 꽃을 보여 드리기 위해 봉사 당일 오전에 꽃을 사러 간다. 봉사단은 100% 회원 자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행사 때마다 재료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더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꽃은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는 즐거움만 주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의 신체활동을 돕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꽃꽂이 외에 상추 등 작물을 심는 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섬세하게 손을 움직이거나 정신을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염 회장은 "어르신들이 단원들이나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꽂이를 하고 작물을 심으면서 자신이 만든 완성품에 대해 성취감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이 꽃만큼이나 환영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선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가까워졌다. 단원 김미경(51) 씨는 "아이들이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처럼 얼마나 잘 따르는지 모른다. 야무진 손으로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 어르신들은 정말 좋아한다. 요양병원에 있는 바람에 가족들을 자주 못 보는 어르신들은 봉사단이 아들, 딸, 손자 같다며 기뻐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땄다는 염 회장은 "아름다운 꽃으로, 작은 재능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 마음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가족끼리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모, 자식 사이에 대화도 늘고 관계도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는 재충전이다. 나누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이 채울 수 있다. 꽃과 함께 웃고 새 힘을 얻는 삶을 앞으로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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