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흐르는 물에 핏물 제거 한우
24시간 푹 끓여 뽀얗고 구수한 국물

파 송송 설렁탕에 밥 말면 김치와 찰떡
입에 착착 감기는 한우소국밥도 일품

스지·꼬리뼈·양지 등 아낌없이 넣어
부위별로 먹는 재미 큰 모듬전골 인기

"방범대 활동은요, 자정을 넘기는 건 기본이에요. 밤늦은 시간에는 공기가 차가운데, 허기까지 지면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지죠. 그때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음식이 바로 설렁탕이랍니다."
 
예전부터 밥을 한 번 같이 먹자고 해 온 김해중부경찰서 제8기 시민명예경찰 서민수 회장과 마침내 점심 약속을 잡았다. 서 회장은 젊은 기자를 배려해 어떤 음식이 괜찮을지를 여러 번 물어왔다. 서 회장의 단골집이라면 어디든 괜찮다고 했더니, 그는 어방동에 있는 '서울깍두기'를 추천했다. 삼안동 방범대장이기도 한 서 회장은 "방범대, 명예경찰들은 단체로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그때 자주 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모듬전골, 설렁탕, 한우국밥이 깔끔한 반찬들과 함께 차려진 상.

'서울깍두기라면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음식점을 찾았다. 기자의 이런 생각을 기다리기나 한 듯 가게 입구에는 체인점이 아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 회장도 기자에게 "맛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설렁탕과 한우국밥, 모듬전골을 주문했다. 설렁탕과 한우국밥은 간편한 한 끼 식사로, 모듬전골은 술 안주로 잘 나가는 음식이라고 했다. 음식을 시켜놓고 서 회장으로부터 시민명예경찰 이야기를 천천히 들었다.
 
시민명예경찰은 경찰을 도와 지역의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때로는 재난·사고 신고를 하는 봉사단체이다. 김해중부경찰서에서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3주간 교육을 실시한 뒤 이를 성실하게 이수한 사람들에 한해 시민명예경찰로 임명한다. 현재 김해중부경찰서 시민명예경찰 학교를 수료한 3기, 7기, 8기 50여 명은 시민명예경찰 연합회를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민명예경찰 연합회는 지난해 여름 경찰서와 김해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에게 콩국수, 팥빙수를 대접하는 이색행사를 벌였다. 연말에는 독거노인 칠순잔치를 열기도 했다. 경찰과 연계해 범죄 예방을 위한 공원 순찰과 동상동 외국인거리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 서민수 김해중부경찰서 시민명예경찰 회장이 모듬전골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다.
서 회장은 "시민명예경찰 대원들은 모두 본업이 있고 바쁘다. 그래도 시민명예경찰로서 지역과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려 애쓰고 있다. 언제든 경찰서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부족하나마 힘을 실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식탁 위에 올랐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설렁탕 뚝배기를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설렁탕에는 송송 썬 파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맛을 봤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했다. 파의 향이 설렁탕 국물과 잘 어우러져 감칠맛이 났다. 설렁탕에 밥을 만 뒤 달착지근한 김치를 올려 먹었더니 맛이 더 좋았다. 서 회장은 "설렁탕은 흔한 음식이다. 여러 가게를 많이 가 봤다. 이 곳은 유달리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깍두기의 이창호 사장은 "예전에는 설렁탕 가게들이 우유처럼 뽀얀 국물을 내기 위해 커피크림이나 분유 등을 넣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시중의 사골 분말이나 육수를 섞어 쓰는 곳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뽀얀 국물을 내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써 봤다. 그런데 색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결국은 정직한 재료와 정직한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꼼수'를 부리지 않고 구수한 맛과 색을 내기 위해 이 사장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설렁탕, 한우소국밥, 모듬전골에 들어가는 모든 고기는 한우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 사장은 "한우는 비싸지만 아무래도 수입 고기보다 맛이 낫다. 한우를 15시간 흐르는 물에 놓아 둬 고기의 핏물을 뺀 뒤 24시간 동안 푹 끓이는 정성을 들여야 설렁탕 한 그릇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국물 맛이 일품이라며 모듬전골을 권했다. 모듬전골은 3~4명이 먹어도 될 정도로 양이 푸짐했다. 육수는 설렁탕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는데, 도가니, 스지, 꼬리,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대추, 인삼 등 다양한 재료들이 추가됐다. 이런 재료들이 육수에 가득 배어들었기 때문인지 국물 맛이 한층 깊었다. 제대로 된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저녁이라 날씨가 쌀쌀했는데 금세 땀이 났다. 서 회장은 "보신이 되는 음식이다. 고된 봉사활동 이후 시민명예경찰들끼리 자주 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 서울깍두기 이창호 사장이 큰 삽을 저으며 대형 가마솥에서 설렁탕을 끓이고 있다.

모듬전골 안에 들어있는 고기도 보통 맛이 아니었다. 전골에는 소 한 마리에게서 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도가니와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스지, 꼬리뼈, 얇게 썬 양지고기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꼬리뼈는 부드러운 살이 붙어 있었다. 뼈를 잡고 살을 뜯었더니 살만 매끈하게 떨어져 나왔다. 양지는 조금 질긴 듯 했지만 고기 맛이 진하게 났다. 스지는 식감이 몰캉몰캉 재밌게 났다. 모듬전골에서는 이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하나씩 맛을 보다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서 회장은 "오랜만에 왔는데 역시 맛이 좋다. 게다가 24시간 영업을 하니 우리처럼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로서는 반가운 가게다. 조만간 방범대원들과 회식을 한 번 해야겠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기자와 서 회장이 만족스러워 하자 이 사장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는 "2년 전 서울깍두기를 인수한 뒤 재료를 바꾸고 조리법도 바꿨다. 나름대로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우리 식당의 진심이 널리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서 회장은 식당을 나서면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알고 큰 기대를 안 했을 것 같은데 맛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멋쩍게 웃으면서 "제대로 된 맛집을 알았다. 조만간 좋은 사람들과 다시 올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서울깍두기
인제로119(어방동 362-15). 055-312-7281. 설렁탕 8천 원,
곰탕 8천 원, 한우소고기국밥 6천500원, 모듬전골 4만 8천 원.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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