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로 접어들면서 온 사방이 초록으로 넘쳐나고 있다. 녹색은 시원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색감이어서 세상이 밝고 활기찬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의 고독을 읊은 시인 노천명은 '푸른 5월'이라는 시에서 "여인의 치맛자락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르는 5월의 풀 향기는 향수보다 좋게 코끝을 스친다"고 노래하였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우리사회는 심한 내부적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의 이 진통이 우리 사회의 성숙한 변화를 위한 튼튼한 토양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지, 대안은 찾지 못하고 소모적이고 타성적인 다툼으로 끝날 것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다원화된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추세 즉, 트렌드(Trend)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적응해 가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낡은 가치를 붙들고서 기득권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에게서 내면의 애처로움을 보게 된다. 소비자 행동심리학에서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내밀한 본성과 욕망이다"고 주장하 듯이, 상품을 사는 고객이든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든 그들의 내면의 심리적 특성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맞춤형 전략을 세워서 실천하는 것이 시대의 주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옮겨가면서 라면이나 커피도 소비자 개개인 취향과 입맛을 고려하여 나날이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선거에서도 대규모 군중유세나 사람들을 끌고 다니면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서 '나홀로 선거'라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일관성이라는 가치는 그 효력을 다한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일관성이 깨뜨려지면 불편해 하고 힘들어 한다는 사회심리학의 실증적인 연구결과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서, 여성의 흡연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여성에게 담배를 권하거나 불을 붙여주는 행동을 하고 나면, 생각과 행동의 부조화 때문에 힘들어 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관성이 깨뜨려진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여성의 흡연을 반대해 오던 자신의 행동을 다시 고수하든지, 아니면 여성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면서 조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런 연구의 결과는 사람들이 그만큼 일관성이라는 가치에 비중을 둔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의 사회심리적인 속성에는 겸손하고 일관성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반면에 건방지거나 교활하고 배신을 잘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경향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특정한 사람을 묘사하는 10개의 성격형용사를 통하여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게 했을 때, '겸손과 건방짐' 차원이나 '일관성과 배신' 차원의 성격 형용사 하나만 바꾸고 나머지 9개의 단어를 그대로 두었을 때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국가와 지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스스로 주도하는 앞선 감각을 가지거나 최소한 자발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이 원래 추구하던 가치를 일관되게 지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해야 한다. 한결같은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다수의 시민들이 많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층의 사람들이 경쟁하듯이 갑작스럽게 대중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변신의 노력들이 과연 진정성을 갖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을 따라잡기 위한 위장된 가식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주된 구성원들인 시민들이 내리는 판단이 언제나 옳지는 않더라도 대체로 맞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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