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가 지난 20일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성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교육실천연구원 주관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성문화와 상식
연령대별 교육방법 등 자세하게 소개


"부부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자녀가 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족 목욕은 몇 살까지 해야 할까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나요."
 
한국교육실천연구원은 지난 20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푸른아우성의 구성애 대표 초청 특강 '엄마가 챙겨주는 성(性)이야기'를 진행했다. 성교육 전문강사로 유명한 구 대표는 이날 200여 명의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책 속에 머물러 있는 성교육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 방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구 대표는 먼저 '야동'(음란물·야한 동영상), 인터넷 채팅 등으로 자녀들이 잘못된 성문화를 접하기 쉬워졌다며 그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초등학생의 성행위, 야동 중독 등 자신이 직접 상담한 사례를 소개하자 객석은 일제히 술렁였다. 구 대표는 충격을 받은 청중들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성문화에 아이들이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은 책임지기는커녕 아이들에게 정자와 난자, 순결과 같은 동떨어진 이야기만을 깨끗한 척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0~7세, 8~10세, 11~16세, 17세 이상으로 나눠 연령대에 맞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0~7세의 경우 입, 항문, 성기에 차례대로 관심을 갖는데, 이때는 오감을 이용한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시기의 자녀가 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는 진지하게 답변하지 말고 그냥 지나칠 수 있도록 무심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성기를 만질 경우 '그곳은 소중한 곳이야. 함부로 대하면 안 돼'라고 진지하게 대응하면 자녀가 더 관심을 가진다. 차라리 그런 말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8~10세 시기는 사춘기 준비기간이므로 부모가 자녀의 성장 속도에 따라 유아기, 사춘기 잠복기, 사춘기 초기로 나눠 진단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구 대표는 "8~9세 자녀가 유아기처럼 장난스럽게 성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유아기처럼 답해야 한다. 잠복기라고 판단하면 백과사전식으로 설명해줘야 한다"면서 "사춘기 증상이 보이면 자녀가 이미 성문화를 접했다고 생각하고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시기의 자녀가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라고 묻는다면 먼저 설명하는 대신 '너는 아기가 어떻게 생긴다고 생각하니'라고 되물어 잘못된 내용을 수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때 자녀가 '밥을 많이 먹으면 된다', '바람에 아기 씨가 날아와서 아기가 생긴다' 등 터무니없는 답변을 해도 절대 비웃지 말고 똑바로 수정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11~16세 시기에는 자세히 구체적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성교육 책을 읽히면 큰 도움이 된다. 또 11세부터는 가족이 함께 하는 목욕, 남매가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이 시기부터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의 경우에는 벗은 몸을 서로 보이지 않는 것이 좋고, 옷을 갈아 입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구 대표는 "부모와 자식 사이라도 각자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17세 이상 자녀의 경우 성인으로 대하면서 주입식이 아니라 토론, 질문식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는 첫경험을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한 뒤 구체적으로 답하거나 적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구 대표는 "첫 성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미리 첫 성관계를 상상하면서 이를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질문들은, 자녀가 첫경험에서 상처를 받지 않게 하고 첫경험의 시기를 늦추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성교육 모범국가로 네덜란드를 소개했다. 네덜란드는 '첫 경험, 피임, 거부 의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해 첫 경험 평균나이를 1970년 12.4세에서 2006년 17.8세로 높였다고 한다. 구 대표는 "네덜란드는 'No means no('노'는 '아니라'는 뜻이야)'라는 거부 의사 표현 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입맞춤을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성욕이 다르다. 서로 자기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남자친구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데이트 강간'이 일어나게 된다. 자녀들에게 남녀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고, 확실한 '예스'가 아니라면 부정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나쁜 교육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유아기에 자녀에게 뽀뽀를 해달라고 하면 갑자기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부모의 경우 그런 자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계속 뽀뽀를 해달라고 하거나 맛있는 것을 주겠다며 뽀뽀를 요구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이때는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네가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가족들에게는 억지로 뽀뽀를 하게 하면서 모르는 아저씨가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할 때는 따라가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자녀에게 혼란을 주며 거부 의사 표현을 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 대표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입담으로 3시간동안 청중을 휘어잡았다. 참석자들은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박수를 치고 웃으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구 대표는 "성교육만 미리 해도 자녀의 변태적 성향을 99% 예방할 수 있다. 무조건 개방적인 성교육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모가 미리 공부를 하고 연령대에 맞게 자녀의 성장에 맞춰 편안하게 교육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세 자녀의 부모 김성희(34·외동) 씨는 "강의를 통해 궁금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결됐다. 잘못 가르쳤던 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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