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의회 의원님들께 들려 드리고 싶은 옛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디오게네스의 일화입니다.
 
플라톤은 부자였고, 디오게네스는 자발적인 빈자였습니다. 하루는 디오게네스가 플라톤의 궁전같은 집에 가서 바닥을 어지럽혀 놓았습니다. 디오게네스는 "당신의 오만방자함과 교만을 이렇게 짓밟아 주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플라톤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래, 똑같은 오만방자함과 교만으로 말인가?"
 
배정환 시의회의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만, 시의회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흔한 자정 결의 하나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시의회 의장 선거가 배 의장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전에는 의장 후보가 자기 돈을 썼다는 것, 그 차이 뿐이라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한데도 시의회는 외유성 해외연수를 강행하려다 취소했습니다. <김해뉴스>는 지난해 12월 15일자 신문에서 시의회의 '2010년도 유럽 선진도시 연수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시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비판했습니다. 당시 보고서의 내용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작성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보도를 접한 한 시의원의 반응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는 "그전에도 그랬다"며 언짢아 했습니다.
 
지난 3월 <김해뉴스>의 집중 보도로 김맹곤 김해시장의 비상식적인 인사 행태가 공론화됐을 때, 비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김 시장을 옹호했습니다. 당시 비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종간 전 김해시장 재직 시절인 민선 4대 때의 인사시스템은 더 엉망진창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전의 시장과 한나라당 일색의 시의회가 잘했다는 게 아닙니다. 문제가 더 많았을 수 있고, 실제로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우리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라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시의 청소행정 때문에 파열음이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시의회의 역할은 아쉬움을 낳고 있습니다.
 
시의 청소 용역 문제를 두고 특정 업체들의 독점권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시는 업체 수를 늘려서 이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행정적 절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는 고압적인 자세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시가 특정 신생 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그런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경영상 애로에 직면하게 된 기존 업체들과 고용불안을 느낀 환경미화원들은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쓰레기 대란이 초래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의회가 중재자로서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시의 감독권 강화를 비롯한 제도적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김해시의 '김맹곤 체제'는 표어로 '변화와 창조, 새로운 김해'를 채택한 바, 시의회는 이 표어가 어른스럽고 세련되게 실천되는지를 늘 살펴보고 견제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많은 눈들이 지금 김해시의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의회는 디오게네스같은 핀잔을 듣지 않도록 부디 그릇된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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