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동한신꿈나무작은도서관에서 NIE수업을 마친 어린이들과 도서관 운영위원, 강사, 동대표 들이 활짝 웃고 있다.

관리동 독서실 고쳐 2010년 7월 개관
NIE에서부터 성인 인문학 책 읽기까지
입주민 전체를 위한 프로그램 큰 인기

분성로 14에 위치한 일동한신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느티나무 길, 아니 느티나무 터널이 나타난다. 때이른 폭염에 지쳐 있다가 나무그늘에 들어서니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했다.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마치 공원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나무그늘이 끝날 즈음 관리동이 나온다. 2층에 일동한신꿈나무도서관이 있다. 관리동에 조금 못 미친 곳에 음용수대가 있었다. 남자 어린이 둘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도서관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위치를 가르쳐주고는 "우리도 집에 가서 밥 먹고 도서관에 갈 거예요"라고 외치고는 기운차게 집으로 뛰어갔다.
 
2층 계단에 올라서자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넓은 입구가 보였다. 도서관 왼쪽에 사서가 일하는 안내데스크가 있다. 무대도 보인다. 행사를 하거나, 매주 토요일 스크린이 내려와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영화 상영을 염두에 두고 빔 프로젝트를 설치했다. 책을 꽂아둔 서가는 벽면을 따라 적절하게 배치됐다. 도서관 내부에는 폭신하고 예쁜 스툴을 넉넉하게 배치해 어린이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서관 구석진 쪽에는 둥근 벽 처리를 한 작은 방이 있다. 그 위는 다락방으로 꾸몄다.
 
일동한신꿈나무도서관은 2010년 7월 개관했다. 도서관이 있는 자리는 본래 독서실이었다. 당시 독서실을 관리했던 박인숙 동대표는 "김해시에서 작은도서관 사업을 할 때 아파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해 독서실을 작은도서관으로 고쳤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개관할 때 부녀회에서 1천만 원, 아파트 잡수입금에서 3천만 원이 지원됐다. 유아, 초등학생들을 키우는 30대 부부가 많아 부녀회는 도서관 개관에 열정을 쏟았다. 다른 아파트의 작은도서관 6곳을 방문해 장점을 배웠다고 한다. 박 동대표는 "입주자대표회에서 전기세를 지원한다. 도서관에 필요한 것은 동대표들이 나서서 도와주는 등 도서관 운영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덕열 관장은 2012년부터 관장을 맡고 있다. 그는 "1대 김홍옥, 2대 원영희 관장과 초기 운영위원들이 도서관 정착에 많이 기여했다. 도서관은 우리 '마을사람'들의 사랑방이며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김해의 작은도서관들은 주로 아파트단지에 있어 취재 중에는 '입주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마을사람'이라는 표현은 이곳에서 처음 들었다.
 
임 관장은 "아파트에 들어오면서 느티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도서관 창밖으로는 벚나무가 보인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 같은 아파트이다. 저는 '우리 마을' '마을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도서관을 지켜보고 운영한다"면서 "이상적인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늘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을 위해 시작했던 신문활용교육(NIE) 강좌는, 어린이들이 중학생이 돼서도 하고 싶다고 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효심 강사가 수업을 잘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의 성장에 맞춰 도서관 프로그램 보강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도서관은 또 성인 이용자들과 함께 인문학 책을 함께 읽으며 공부도 한다. 감정코칭이나 성폭력을 주제로 한 강좌도 열었다. 앞으로도 성인강좌를 계속 할 것이라는 게 임 관장의 설명이다. 
 
오철희 동대표는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3년 전부터 성인대상 영어동아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는 "70대가 된 지금도 '책을 많이 못 읽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게 하고 많은 체험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부모들이 먼저 도서관과 친근해져야 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그 출발점이 꿈나무도서관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동한신꿈나무도서관의 운영위원은 김영화, 서지민, 노미진, 김미선, 강상옥, 이영미, 류혜숙, 허지나, 이정희 등 9명이다. 이영미 씨는 "관리동에 작은도서관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뻤다. 공사를 시작해 완공될 때까지 거의 매일 와서 공사가 얼마쯤 됐는지 지켜보았다. 막내가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며 책을 읽은 덕에 글쓰기도 잘한다. 책은 평생 마셔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지나 씨는 올해부터 운영위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막내가 유치원에 가기 전 1년간 도서관에 와서 놀기도 하고 그림책도 실컷 읽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다가 운영위원 요청을 받고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문은 사서는 도서관 개관 두 달 후인 2010년 9월부터 근무했다. 동화구연·북아트·종이접기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도서관에서 직접 강의를 할 때도 있다. 그는 "도서관은 특정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편한 마음으로 들어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강의를 듣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도 하고…. 많은 것을 나누고 꿈꿀 수 있는 도서관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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