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지난달 20일 김해에 특별한 손님이 한 명 왔다.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의 나카가이 무네하루 시장이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곧바로 김해로 향했다. 가장 먼저 보고 싶어했던 곳은 화포천습지와 봉하마을이었다. 그는 왜 이곳에 오고 싶어했을까. 그 이유는 황새 '봉순이'였다.
 
도요오카는 지난해 3월 18일 화포천습지를 찾아온 황새 봉순이의 고향이다. 일본의 마지막 황새가 죽은 후 도요오카는 1971년부터 50년 이상 황새를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그곳에서 복원된 70여 마리의 황새가 일본의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를 날아왔다. 그 새가 바로 봉순이다. 우리나라에서 1971년 충북 청원의 마지막 황새 이후 텃새로 1년을 보낸 첫 야생 황새로 기록되었다.
 
봉순이는 지난해 3월 화포천습지에 와서 화포천 일대의 퇴래뜰, 봉하마을 주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지냈다. 하동과 서산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올해 3월 다시 화포천에서 한 달 가량 머물렀고, 지금은 일본의 도요오카로 다시 돌아갔다. 
 
나카가이 시장은 봉순이가 살던 곳을 꼭 보고 싶어서 이번 방한기간 중 첫 방문지를 김해 화포천습지로 정했다. 지난해에 이곳을 찾아오려 했으나 예정된 날 도요오카에 태풍이 불어 올 수가 없었다. 그때는 부시장이 대신 방문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방문을 추진해 오게 된 것이다.
 
첫날 화포천습지생태공원에서 김해시의 공무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황새도 사람도 살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라는 말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도 황새도 또 다른 생물들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철학은 그가 도요오카 시장을 3번이나 하며 꾸준히 지켜낸 의지였다. 일관되게 자연보존 정책을 이루어낸 힘이었다고 한다.
 
지금 도요오카는 황새의 도시로, 청정도시로, 친환경 농업도시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생태도시가 되었다. 그러한 자연에 대한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 도요오카가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이러한 철학을 바란다는 것은 아직 무리일까.
 
나카가이 시장은 도요오카에서 태어난 봉순이가 아주 좋아했던 장소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그가 봉하마을에서 놀랐던 점은 봉순이가 오래 머물렀던 장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와 습지를 복원하고 유기농업을 하기 시작한 곳이란 사실이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도요오카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봉순이가 화포천과 봉하뜰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자연과 농업을 살리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나카가이 시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연(노 전 대통령의 도요오카 방문 계획)을 알 리 없는 황새가 노 전 대통령 고향에 갔다니 매우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 심정이다. 지난해 봉순이가 날아와 앉은 장소를 봤더니 도요오카랑 아주 닮았다. '황새(봉순이)를 통해 우리와 한국이 이어지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연을 복원하려는 노력에 대한 감사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했다.
 
나카가이 시장은 다음날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의 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도요오카가 '사람도 황새도 함께 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를 40여 분 가량 대본도 없이 막힘없이 유창하게 설명했다. 그는 황새와 연관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정책과 비전까지 설명했다. 확실한 이해와 열정, 의지를 바탕으로 연설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다.
 
봉순이는 한 마리의 귀한 새였다. 하지만 그 봉순이는 그냥 귀한 새가 아니었다. 봉순이는 노 전 대통령이 하고자 한 일을, 그리고 그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봉순이는 우리나라 곳곳을 날아다니며 황새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나카가이 시장을 우리나라로 오게 했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리게 했다. 이제 그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실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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