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니 수급자 지정이라는 게 원칙이 없어. 밖에 나가 보면 어떤 노인들은 먹고살 만한데도 수급자로 지정받아 생활비 타먹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폐지나 빈병을 주워서 간신히 연명하고 사는데도 쌀 한 자루를 안 주는 거야. 구청 담당자들이 직접 나와서 사는 걸 보면 알 텐데. 알면서도 무조건 호적에 자식이 있어서 안 된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죽겠는거지."
 
독거노인 12명을 직접 만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분들의 삶을 담아낸 책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라는 책 속에 실린 김원용 할아버지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로 살펴본 대한민국 노인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서 2010년 11.0%로 증가, 연평균 증가율 3.9%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증가 속도이다. 고령화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 중에서도 독거노인의 현실은 심각하다.
 
책에 등장하는 독거노인 12명은 대부분 80대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구구절절하고 파란만장한 삶은 우리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평생 가난과 싸우며 살아온 할아버지. 원치 않았던 결혼 생활의 실패로 삶이 일그러져버린 할머니. 그들은 자식에게 버림받은 슬픔으로 타들어가는 가슴을 안고, 자식에게 이어진 가난이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언제 허물어질지, 쫓겨날지 모르는 지하 월세방에서 남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의 목차 부분만 읽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나 같은 늙은이 굶어 죽은들 알겠어 병들어 죽은들 알겠어', '타고 또 타서 재가 되었을 거야', '이불 속에서 불러요. 아들아, 내 아들아',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있어야지', '8만4천 원으로 사는데 어떻게 병원에 가겠어', '삼대를 이어온 가난, 모두가 내 탓이지',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미워하고 싶지도 않아'.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는 이 책을 몇 번이고 펼쳤다 접었다 했다. 우리 곁에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것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워 눈 질끈 감고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독거노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외로움과 배고픔, 슬픔이 그대로 전이되어 몇 달 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앓고 난 뒤 저자는 다시 취재수첩을 들고 노인들을 찾아나섰다. "내가 대신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말할 수 없는 이웃들이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고백한다. "이들의 외로운 삶과 고독한 죽음에 우리는 정말 아무 책임도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일까. 병들고 가난하고 외로운 독거노인들은 누구도 아닌 내 부모 세대의 모습이며 훗날 나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중략)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이 사회적 배려와 관심, 지원의 결핍으로 매일 죽음과도 같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며 지내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며 이들에 대한 공동체적인 대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 복지단체 지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외롭고 힘겨운 삶을 원해서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독거노인들의 삶을 보며, 흔들리고 가난했던 국가의 운명이 개인의 운명마저 휩쓸고 지나갔음을 감히 짐작해 본다. 그들의 지친 얼굴에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아직 젊다고, 아직 한창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노년의 삶이 지금과는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현재 대한민국 독거노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는 책이다.

김혜원 지음/오마이북/320p/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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