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전쟁입니다. 제시간에 깨우려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자려는 아이들 사이의 시끄러운 힘 겨루기가 아침의 일상입니다. "어서 일어나라. 엄마가 며칠 가만히 두고 봤는데 네가 그럼 그렇지…. 빨리 일어나지 못해! "
 
이건 엄마들의 주된 잔소리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두고 봤다"라니요.
 
왜 두고 봤을까. 듣기에는 마치 "네가 아침마다 못 일어날 걸 나는 알고 있었지만 두고 보고 있었다"로 들리기도 하고, "너 그간 봐주고 있었는데 오늘 딱 걸렸어"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이런 어투는 상대를 전투자세로 돌입하게 만듭니다. 이런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서 "엄마, 그간 두고 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시간에 일어날게요"라고 할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심리적 게임이라 부르는 이런 대화는 또다른 게임을 불러오게 해서 결국에는 아이가 아침을 굶고 현관문을 부숴져라 닫는 결과 밖에는 남는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도움이 되고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대화 방식은 있습니다. 이 대화 방식은 부모의 여섯 가지 양육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을 '고속도로의 6차로'에 비유를 합니다. 바람직한 두 가지 태도는 가운데 2개 차로에 해당합니다. 주도적 태도와 지지적 태도입니다. 그리고 갓길에 해당하는 두 가지 태도는 조건적 태도와 지나친 허용이고, 갓길 옆 도랑에 해당하는 태도는 방임과 학대입니다.
 
조건적 태도는 "네가 제 시간에 안 일어나면 엄마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말을 함으로써 무조건적으로 주어져야 할 사랑에 조건이라는 줄 하나를 달아놓는 것입니다. 지나친 허용은 "어제 늦게 자서 일어나기 힘든데 엄마가 학교에 전화해 줄 테니 더 자"라고 하는 것처럼 아이가 책임져야 할 일을 부모가 알아서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방임은 학교를 가든지 말든지 신경을 안 쓰는 경우이고, 학대는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면서 말을 듣게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두 가지 태도에서 나누는 대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주도적 태도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부모가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전날 저녁에 일어날 시간을 아이와 함께 의논하고 시계를 맞추어 놓고 늦잠을 자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엄마가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자 일어날 시간이다. 좀 더 자고 싶겠지만 어제 약속한 대로 지금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늦지 않겠지"라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입니다.
 
지지적 태도는 주도적 태도와 비슷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좀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몇 시에 일어나고 싶은지 아침에 어떻게 깨우는 게 도움이 될지 물어보고 아이들 결정을 존중하면서 부드럽고 확고한 태도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아마 몇 번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모의 자세는 아이로 하여금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을 돌보거나 자기 자녀를 돌보는 데 좋은 모델이 됩니다.
 
이 두 가지 태도를 어떻게 적용할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가 주도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좋지만, 자신의 생각이 커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는 실수를 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하는 지지적 태도로 양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 걸 그랬다는 부모들도 많이 만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는 아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같이 성장하며, 늦었지만 나의 부모도 이해하고 세상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스승이라 하지 않던가요. 아이가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다시 기회를 주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에게도 실수를 거듭하더라도 좋은 부모가 될 기회를 되풀이해서 주는 것이 어떨까요.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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