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의 명소 율하카페거리가 한낮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율하천 주변에 모여 있는 카페와 식당들도 손님들로 활기가 넘쳤다. '율하천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하 율사모)'의 김상준(40) 대표는 율하카페거리 안에 이색적인 식당이 있다고 말했다. '돈돈'이다. 음식점 상호만 듣고는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착각했는데, 돈돈은 일본가정식백반 전문점이었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종업원이 일본말로 인사를 건넸다. 예상치 못한 일본식 인사였지만 일본풍 벽화와 소품 등으로 꾸며져 있는 이 가게의 인테리어와 맞물려 마치 일본 현지 음식점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안겨줬다. 돈돈이라는 음식점 상호 역시 북소리 '둥둥'의 일본식 발음에서 따온 것인데 일본인들은 북소리를 '사람을 불러 모으는 소리'로 여긴다고 한다. 가게 이름 때문일까.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미니화로에 흑우 구워 먹는 화로구이
전골 국물에 소고기 샤브샤브 스키야키
큐브스테이크·도리텐·생선구이 …
정식 외에도 가츠돈·라멘·튀김 등 다채
저녁시간 술안주 사이드 메뉴로도 그만

"지난해 말에 문을 열었는데도 이국적인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주말에는 줄을 서 있다가 밥을 먹은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김 대표와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열었다. 이내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소고기 화로구이 정식, 일본식 소고기 전골인 스키야키 정식, 큐브스테이크 정식, 일본식 닭튀김인 도리텐 정식, 일본식 생선구이 정식 등 식사 메뉴의 수가 18가지나 됐기 때문이었다. 정식 외에도 가츠돈, 라멘, 튀김 등 술안주로 적합한 다양한 사이드 메뉴도 준비돼 있었다. 메뉴판을 한참동안 살펴보고 있으니 김선균(38) 사장이 다가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며 화로구이 정식과 스키야키 정식을 지목했다.
 

▲ 율사모 김상준(오른쪽) 대표와 돈돈 김선균 사장이 스키야키와 큐브스테이크정식을 맛보고 있다.

음식이 준비되는 시간을 이용해 김 대표가 율사모를 소개했다. "율사모는 율하천의 환경을 지켜나가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현재 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율하천의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개선시켜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회원들이 율하천뿐만 아니라 율하신도시의 생활환경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신도시인 장유에는 율사모 같은 시민단체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장유가 사람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 대표는 율하카페거리가 김해의 관광명소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시와 시민단체 등이 합심해 관광특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화로구이 정식이 눈길을 확 잡아챘다. 붉게 달아오른 숯을 머금은 미니화로 위에서 직접 와규(흑우) 갈비를 구우면 되는데, 생고기의 붉은 빛깔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개인화로가 나온다는 점이 우선 독특하지요?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메뉴를 다양화시킨 것은 물론 음식재료의 신선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겉만 노릇하게 익힌 뒤 한 점을 먹어봤다. 씹을 때마다 두툼한 고기에서 빠져나오는 육즙과 연한 고기 맛이 꽤나 훌륭했다. 후리카케(어분, 김, 깨, 소금 등을 섞어 만든 가루식품)가 뿌려진 밥과 게 다리를 넣은 미소된장국과 함께 고기를 먹어도 그만이었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소고기 화로구이 정식, 큐브스테이크 정식, 소고기 전골 스키야키 정식.
그러나 내 것이 아무리 좋아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김 대표가  주문한 일본식 소고기전골, 스키야키에 자꾸만 눈이 갔다. 먼저 일본 간장과 단배추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맛을 낸 전골 국물을 떠먹어 보았더니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샤브샤브처럼 얇게 저민 소고기를 전골국물에 넣어 익혀먹으면 되는데, 고기를 전골 속의 익은 채소, 버섯 등과 함께 먹었더니 더욱 맛이 있었다.
 
"돈돈의 김 사장은 젊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음식점 창업계에선 이름이 꽤나 알려진 인물이랍니다. 돈돈을 창업하기 전에 캐나다에서 일본 음식점을 운영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본식 주점인 '긴타로'를 운영했는데, 전국 40여개 점포로 늘려나갔다고 하더군요."
 
한편 돈돈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돈돈 율하점이 본점이고, 지난달에 부산 서면점을 연 데 이어 올해 안에 해운대점과 진해 석동과 창원 대방동, 양산, 경기도 안산에도 가맹점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제 아내가 이 식당의 음식을 좋아해서 가족들과 자주 이곳에 옵니다. 아까 메뉴판을 한참 살펴보던데 앞으로 종종 이곳에 오셔서 다른 메뉴도 맛보세요. 아마 다른 메뉴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돈돈/율하3로 91번길 22-13. 055-322-1164. 화로구이 정식 1만 4천 원, 스키야키 정식·큐브스테이크 정식 1만 2천 원, 도리텐 정식·함박그릴 정식 1만 원, 가츠돈·타래카츠돈 7천 원.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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