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하동 아파트단지 인근 1만㎡ 규모
야간·새벽 심해 주민들 "생활 큰 불편"
농장측 "이전·폐업 피해 누가 감당?"
시·LH공사 측도 "예산 지원은 무리"

장유 율하동 인근 돼지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둘러싸고 지역주민, 돼지농장 주인, 김해시, LH공사 등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악취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지만, 돼지농장 측은 자신들도 억울한 피해자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와 LH공사에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일 율하동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여름철을 맞아 기온이 상승하면서 율하동 아파트단지 인근 돼지농장에서 날아오는 악취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악취가 발생하는 곳은 율하동 아파트단지에서 동남쪽으로 1.7㎞ 떨어진 A돼지농장이다. 이 돼지농장은 율하동에 아파트단지가 세워지기 전인 2001년에 만들어졌다. 면적은 약 1만㎡이며 돼지 5천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율하동의 일부 주민들은 악취를 참다 못해 수 년 전부터 시와 장유출장소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무더위로 다시 악취가 심해지자 일부 주민들은 시청 인터넷홈페이지에 민원 글을 올리는 등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 율하동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심각한 악취를 풍기는 율하동 인근 돼지농장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A아파트의 한 주민은 "여름철마다 돼지농장에서 날아오는 악취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악취가 가장 심하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창문을 열어 두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난해 8월 입주자대표들의 의견을 받아 정식으로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장유출장소 공무원과 함께 돼지농장을 방문해 농장 관계자에게 악취 해결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돼지농장 측에서 돼지분뇨를 저장하는 저류조에 덮개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악취가 난다. 시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돼지농장을 이전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돼지농장 측은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억울하다면서 제대로 된 보상 없이는 농장을 이전하거나 폐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돼지농장 대표는 "악취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수 년 간 더 지속할 수 있는 농장 운영을 포기하면 손해가 너무 심하다. 농장을 없애야 한다면 이전보다는 폐업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는 돼지농장 측에 이전을 강요할 수 없고, 시 예산으로 이전 비용을 댈 수도 없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장유출장소 생활지원과 관계자는 "돼지농장은 율하신도시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시가 사유재산인 농장을 강제 이전 또는 폐업시킬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가 이전비용을 부담할 경우 다른 돼지농장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돼지농장인 만큼 이전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율하 2지구 택지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LH공사 측이 돼지농장 부지를 편입하거나 이전·폐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민 여론이 나오고 있다. 율하 2지구 택지개발 구역과 해당 돼지농장과의 거리가 불과 2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율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율하 2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경우 돼지농장 악취 문제는 지금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돼지농장 때문에 주거단지 개발 이익이 하락할 우려를 감안한다면 LH공사도 돼지농장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돼지농장 부지 편입이나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아직 진행한 바 없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장유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율하동 주민들은 악취로 매일 고통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율하2지구 택지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시와 LH공사가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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