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수 김해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점심시간이 막 지나가고 있을 무렵, 70대 중반을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수수한 옷차림으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평소 가정이나 학생 들의 문제를 주요 업무로 하는 부서여서 한편으로는 '무슨 일로'라는 궁금증을 가지면서도 반갑게 맞이했다. 할아버지는 의자에 할머니를 앉게 한 뒤 "아내에게 치매증세가 있어 미리 등록해 놓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내가 무슨∼치매"라며 화를 냈다. 할아버지는 "사실 주민등록증 갱신하러 왔어요"라며 웃었다.
 
할아버지는 모든 절차를 마친 뒤 할머니에게 "고생했어요"라고 깍듯이 인사를 한 뒤 할머니를 부축해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은 일어서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향해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인사를 했다.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의 발로였지 않았나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무실을 방문한 지도 여러 날이 지났지만 할머니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서면서 웃음 짓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아직까지 여운으로 남아 있다. 해마다 가정폭력이 늘고 있고 그 위험성 또한 한계 수위를 넘어선 현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짧은 시간이나마 보여준 언행은 젊은 세대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가정에서부터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배려심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부부간 존경과 배려심이 없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가 학교와 사회 등 공동생활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배려심을 나타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부부가 보여준 '존경과 배려심'을 거울 삼아 가정폭력을 추방하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할 때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