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민주 김해문인협회 회장·인제대 행정실장
장정 소포는 군에 보낸 자식의 어머니들을 눈물짓게 한다. 그 옛날 나의 어머니가 그랬고 현재 나의 아내가 그렇다. 아내는 며칠째 거실에 놓여 있는 장정 소포를 보면서 눈물짓고 있다.
 
지난 4월 말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육군훈련소에 다녀왔다. 아들이 어느덧 성년이 되어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입대를 시켰다.
 
아들은 군에 가기 위해 지원을 네 번 하여 탈락하고, 다섯 번째 지원에서 합격해 입대했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함에도 그야말로 4전 5기로 입대를 했다. 요즈음은 군에 입대하기 위해 대기하는 장정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입소식에서 부모를 스탠드에 남겨두고 연병장으로 뛰어 들어가던 아들의 뒷모습이 짠했다. 수천 명의 입대하는 장정과 함께 온 애인, 가족, 친지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이 보였다. 예전과 또 다른 모습으로 할머니들이 함께 와 손자를 꼭 끌어안고 애써 눈물을 감추는 모습도 보였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이런 풍경을 또 볼 수 있을까.
 
남들과 같이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먹먹한 기분으로 연병장 스탠드를 빠져나오며 몸 건강히 군 복무를 잘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잘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33년 전 늦은 겨울 나도 그 자리에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 있었다. 나를 훈련소 입구까지 바래다주고 간 그 친구의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며칠 후 택배로 '부모님께 보내는 장정 소포'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훈련소에 입소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입고 간 옷과 신발을 벗어서 편지와 같이 조그만 상자에 담아 소포로 집에 보내는 일이다. 그리고 보급되는 군복 등으로 갈아 입는다. 집에 돌아간 부모들은 소포를 받아들고 급하게 내리갈긴 짧은 편지를 읽으며 많이 운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도 많이 울었다는 소식을 누나로부터 전해 듣고 울먹인 기억이 있다.
 
장정 소포에는 심성과 육체가 빠져나간 옷가지에 아들의 체취가 묻어 있다. 한동안 아들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날 것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라면 그 누구 할 것 없이 장정 소포를 받고 눈물짓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어머니는 군복을 입고 휴가를 나온 군인만 보아도 아들 생각으로 눈물이 흐르더라고 했다. 부모의 마음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입대하고 장정 소포를 받고 우는 일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동족상잔인 한국전쟁 때에는 무수한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충심으로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다. 그 당시 김해의 청년들은 더했다.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충혼탑이 삼방동 은하사 오르는 우측 길 옆에 있고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에 있는 학도병참전기념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 있게 한 고마운 분들에게 국가는 충분한 예우를 해야 하고 우리는 한 번쯤 찾아서 추모할 일이다. 김해 청년들의 조국을 사랑하는 의기(意氣)는 정말 대단하여 자랑스럽다.
 
장정 소포의 슬픔은 이 의기의 사유에 있다고 본다. 자식들이 의기로 입대하지만 살아 돌아오지 못한 데 대한 슬픔 때문이다. 참전과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어 입대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그 애처로움에 눈물짓는 것이다. 한국전쟁 후에도 군에 가서 모두 다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지금도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전쟁과 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정 소포를 받은 어머니들은 군에 간 사랑하는 자식 생각에 근심과 걱정으로 운다.
 
장정 소포를 받고 어머니가 울지 않는 나라가 되는 길은 없을까. 근심과 걱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역사의 흐름에서 보듯이 국가의 운명과 함께하는 것이 군이므로 사회가 안정되고 군이 군다워지면 되지 않을까. 사회가 불안하면 외부의 침략을 받기도 하고 사고가 잦아져 목숨을 잃기 마련이다. 정치하는 사람들과 군의 지휘자가 이를 새겼으면 한다. 앞으로 장정 소포를 받고 어머니들이 울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호국보훈의 달에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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