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누나가 여름방학 선물로 <삼국지> 상·중·하 3권을 사 주었다. 너무 재미있어 사흘만에 3권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4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기울어가는 한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통해 의형제를 맺은 뒤 난세의 영웅들과 각축을 벌이는 내용은 어린 내게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특히 관우의 5관문 돌파, 유비의 삼고초려, 적벽대전, 읍참마속 등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부분들이다.
 
이후 20대에는 10권으로 된 <삼국지>를 다시 읽었다. 그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해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빌린 '삼국지' 영화 비디오 48편을 7일 만에 다 보기도 했다. 지금도 삼국지를 읽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삼국지>에서 배운 교훈 중 가장 큰 것은 '대의명분'과 '의리'이다. 그래서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수도 단연 관우다. 바로 대의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그의 행동 때문이다. 그는 승상 조조의 부귀영화 약속을 뿌리치고 끝내 유비에게로 돌아간다. 조조 휘하에 머물러 있으면 호의호식하며 높은 벼슬로 이름을 날리고 살 수 있는데도, 땅 한 평 없이 원소에 더부살이하는 형 유비를 찾아 가는 그의 당당한 모습은 의리와 충절이 사라진 이 시대에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관우는 공자의 역사서 <춘추>를 탐독했다고 한다. <춘추>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전한 책이 아니라 대의명분을 밝혀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으려 한 것이다. 관우가 의리와 대의명분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춘추>를 읽고 받은 감동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관우의 사례에서 보듯 독서는 정말 중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의 독서는 세상을 보는 안목과 지혜, 원대한 포부, 의리, 애국심을 일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관우는 죽은 후에도, 관왕, 관성대제로 불리며 신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지금도 중국에는 관우의 사당이 있다.
 
반면 같은 이유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 인물이 있다. 여포다.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 최고 장수라 불릴만한 그는 양부 정원을 죽였고, 상부로 모시던 동탁마저 살해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익 뿐이며, 의리는 아무리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삼국지>에서 얻은 또다른 교훈은 바로 '삼고초려'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참고해야 하는 고사성어가 아닐까 한다. 인재(제갈량)를 얻기 위해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유비의 모습은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배워야 하는 자세이다.
 
'읍참마속'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고사성어다. 아끼던 장수 마속마저도 군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형하는 등 공과 사를 분명히 한 제갈량의 행동은, 수 년째 '청렴도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김해시 공무원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이 아닐까.




≫배창한/창신대 졸업, 경남대 행정대학원 석사, 장유청년회의소(JCI)·장유라이온스클럽·장유면새마을협의회 회장, 김해시의회 5대 의원 및 6대 의장, 장유축구연합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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