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현주공 12·13단지 주민들 사랑방
야간개장 시도하다 일요일 개장 전환
청소년·성인 프로그램 다양화도 계획

'우리집 밑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의 이름은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이다. (중략) 도서관은 조용하기만 한 장소였지만, 여러 가지 행사도 하고 즐거운 지식놀이터로 변해서 나의 집 같고, 매일 오고 싶다.'
 
지난 7일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은 이달부터 일요일에도 문을 열기로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글짓기 대회를 열었다.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 행사였다. 위의 글은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김수주 어린이의 글이다. '나의 집 같고, 매일 오고 싶다'는 글은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 운영위원들과 도서관을 찾아온 아이들.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은 장유3동 율현주공13단지아파트 1309동 1층에 있다. 도서관 가운데에는 원형기둥이 서 있다. 기둥을 나뭇잎 벽지로 마감해 마치 굵은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 둥치는 빙 둘러가며 폭신한 소파로 마감해 나무에 기대듯이 앉을 수 있게 했다.
 
운영위원들과 약속한 시간이 조금 남아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는데 여자 어린이 3명이 들어왔다. 수남초등학교 5학년 정은비, 배수아, 이민서 양이다.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왔다고 한다. 정 양과 배 양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이 양은 <WHY 시리즈>를 좋아한다. "장유도서관이나 김해기적의도서관에 가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우리 도서관이 최고예요. 옆에는 놀이터도 있어요. 놀이터에서 놀다가 화장실이 필요할 때도 도서관에 오고, 물마실 때도 오고요." 어린이들은 도서관 자랑을 늘어놓았다.
 
어린이들에게 "만약 도서관이 없어지면"이라고 짖궂은 질문을 했다. 세 어린이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안돼요" 하고 동시에 소리를 지른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도서관 앞에 와서 항의할 거예요." 다부지게 말하는 세 어린이의 눈빛을 보니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도서관이 얼마나 재미있고 소중한 곳인지 어린이들은 이렇게 잘 알고 있다.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에서는 장영훈 관장, 서종희 부관장, 박윤정 감사 외에 김경화, 고영권, 이영권, 이은미 운영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도서관의 주요 이용자들은 13단지, 12단지의 주민, 어린이들이다. 도서관에서는 지난달까지 야간개장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이용자가 적어 이번달부터는 일요일 개관을 시작했다. 그러자 "일요일에도 도서관 문이 열렸다"며 찾아오는 주민,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지난 7일 일요일 개관 기념 글짓기대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도서관 측은 수상자 13명 중 장원 1명 이외에 나머지 12명에게는 모두 우수상을 주었다. 서종희 부관장은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글에 어른의 잣대로 등수를 매기고 싶지 않아 장원 한 명만 정했다. 아이들이 똑같이 우수상을 받았다며 함께 기뻐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도서관을 운영해 가겠다. 청소년 재능기부 프로그램과 성인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도서관이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아파트 중앙광장에서 바라본 작은도서관 전경.

고영권 씨는 "지난 2월 이사를 왔다. 은퇴 후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낮시간에 공부하러 도서관에 왔다가 사서의 권유로 운영위원을 맡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미국 뉴욕에서 대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했다는 그는 도서관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 씨는 "미국에서 살 때 미국인들의 독서습관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는 것도 보았다. 미국에 있을 때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면서 "도서관은 책은 물론이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주민의 문화소통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화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도서관은 타관대출시스템을 이용할 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도서관에 와 보면 할 일이 많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이 자기 집처럼 편하게, 입주민들이 동네 사랑방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하고,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은희 사서는 지난 1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사서가 일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도서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점심 때 집에 가서 밥 먹고 와서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 있으면 부모들이 가장 안심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른 도서관들의 장점을 공유하고, 각종 지원프로그램에 공모도 하면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영훈 관장이 생각하는 도서관의 가장 큰 역할은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다. 장 관장은 "김해의 작은도서관들은 모두 운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운영사례, 장점만 모아도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떡갈나무숲작은도서관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기대어 쉴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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