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 올라도 늘 한결같은 주인장 인심에 7년째 단골
칼집 넣어 숙성시킨 삼겹살과 신선 과일·매실 엑기스 양념 갈비
쌈추·취나물·방풍나물과 제철 채소로 만든 지와 찰떡 궁합
"언젠가 한 번은 나가야 하는 자리이더군요."
식당에 들어서자 권영희 사장이 집에 놀러온 친구를 맞이하듯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박 회장은 "사장의 성격이 너무 좋다. 언제나 한결같아서 들어설 때부터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먼저 삼겹살부터 맛보고 나서 갈비를 맛보기로 했다. 기본 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이 집의 '지'는 짜지 않고 맛깔스럽다"고 칭찬했다. 쌈추, 취나물, 방풍나물로 담근 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살짝 돌았다. 양파, 고추, 오이, 무 등 제철 채소를 사서 담그는 지도 새콤한 맛이 났다. 박 회장은 "지를 집에서 담글 때는 무척 번거롭다. 그래서 이 집에 오면 실컷 먹는다. 다른 반찬들도 깔끔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흑임자 소스를 끼얹은 채소샐러드도 상큼했다.
반찬을 내오던 권 사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지를 담글 때는 매실엑기스를 사용한다. 친정어머니가 합천 해인사 부근에서 매실 농사를 짓는다. 매년 150㎏ 정도를 가져온다. 79세인 어머니는 '내가 살아있을 때 많이 가져가 먹어라'고 한다. 매실엑기스는 갈비를 재울 때도 사용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의 기본 맛은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은 매실 맛인 셈이다. 어머니가 산에서 취나물도 캐어다 준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7년 전 현재의 자리에 식당을 개업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김해에 와서 산 지가 20년이다. 친정에 갔다가 대구에서 화로왕갈비를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마침 주위에서 음식솜씨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던 터라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기는 잘 아는 거래처에서 생고기로 받아온다. 삼겹살은 좀 두텁게 장만해 칼집을 넣어 숙성시킨다. 갈비도 권 사장이 직접 손질한다. 갈비 양념에는 양파와 신선한 과일을 갈아 넣고 매실 엑기스도 빼놓지 않는다. 고기의 잡내를 없애 주고, 소화도 잘 되라고 넣는다.
삼겹살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박 회장이 "생삼겹살이라서 그런지 기름이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향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채소를 손에 가득 놓고 삼겹살을 얹어 권했다. 그는 "채소가 늘 풍성하다. 채소 가격이 오르면 다른 식당에서는 값이 올랐다며 채소를 조금만 준다. 이 집은 한결같다. 고기는 잡내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취재는 그만 하고 얼른 맛부터 보라"고 거듭 말했다. 박 회장은 이 집이 개업했을 때부터 7년째 단골이다.
삼겹살 맛을 보고 나니 갈비가 나왔다. 갈비는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서 내온다. 발갛게 양념이 된 것은 매운갈비이다. 초벌구이를 해서 반 이상 익힌 갈비를 숯불에서 다시 구워 먹으니 타지도 않았고, 연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권 사장은 "우리 집에서는 갈비가 가장 인기가 많다. 대부분 갈비를 먹으러 온다. 고객은 다양하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나갈 무렵이면 저녁 회식 손님과 술을 곁들이는 손님들이 온다. 친구와 연인들도 많다. 이사를 간 뒤 갈비 맛이 그리워 찾아왔다는 가족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초기에 한창 연애를 하며 우리 집에서 갈비를 먹던 청춘남녀가 결혼을 했다. 임신했을 때 부인이 입덧 중에 갈비 생각이 난다며 먹으러 왔다. 그때 엄마 뱃속에서 갈비 맛을 본 아이가 이제 유치원생이 돼 부모와 함께 온다"며 웃었다.
권 사장은 목소리도 밝고 명랑했다. 그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한 단골이 결혼한 지 한 달 된 딸과 사위를 데리고 왔다. 사위가 갈비를 먹고 난 뒤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장인어른이 왜 단골인지 알겠다. 나도 처갓집 올 때면 들러야겠다'며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했다. 단골도 체면이 섰고, 그도 무척 기뻤다고 한다.
박 회장과 함께 자리를 한 공예가 강경란 씨도 말을 보탰다. 그는 "아들이 군대에 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항상 이집 왕갈비를 먹는다. 전화통화를 할 때면 이 집 갈비가 생각난다는 말을 한다. 휴가를 나오면 곧장 이 집에 데리고 와야 한다. 외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친척들이 올 때도 이 집을 소개하면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갈비까지 깨끗이 먹고 나자 박 회장은 김치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까지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는 김치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조금 찌그러진 냄비에 담겨 나오는 김치칼국수를 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던 박 회장의 예언(?)은 적중했다. 소박하게 김 고명만 얹어 나온 쫄깃한 김치칼국수와 매콤한 국물 맛은 식욕을 다시 돋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마치 이 김치칼국수를 먹기 위해 고기를 먹었던 것 같았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칼국수를 먹는 동안 땀도 흘렸지만, 그렇게 먹고 나니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비 오는 날 이 집에서 고기 다음에 먹는 김치칼국수 맛은 정말 최고다.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시골정서가 좋아 단골이 됐다. 항상 기분 좋게 먹고 가는 집"이라는 박 회장의 말이 광고문구처럼 귀에 와서 박혔다. 비 오는 날 다시 와서 먹어보고 싶어졌다.
▶옛날화로왕갈비
내동 1113-13. 055-324-8585. 왕갈비(200g) 7천 원, 매운갈비(200g) 7천 원, 생삼겹살(130g) 8천 원, 김치칼국수 4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