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 올라도 늘 한결같은 주인장 인심에 7년째 단골
칼집 넣어 숙성시킨 삼겹살과 신선 과일·매실 엑기스 양념 갈비
쌈추·취나물·방풍나물과 제철 채소로 만든 지와 찰떡 궁합

"언젠가 한 번은 나가야 하는 자리이더군요."
 

▲ "도심에서 느끼는 시골정서가 좋아서 단골이 됐어요. 언제 와도 기분 좋게 먹고 가는 집이에요." 박경희 회장이 삼겹살을 채소에 싸서 권하고 있다.
김해공예협회 박경희 회장에게 맛집 소개를 부탁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공예협회 회장을 맡은 뒤 김해공예품대전을 끝내고, 작품제작과 강의 등으로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박 회장에게 맛집 소개를 두어 번 부탁했던 터였다. 박 회장은 "올해 김해공예품대전은 지난해보다 작품 수준이 높아졌다고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많이 했다. 전시장에 공예체험장을 함께 설치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주변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었고 회원들이 힘을 보태 줘 일이 잘 마무리됐다"며 공예협회 소식을 전하더니 "맛집 소개, 한번은 나가야 하는 자리이더군요"라고 말했다. '나와 맛집' 기사가 이제 소문이 날 만큼 났다는 의미이자, 어떤 내용의 지면인지 안다는 말이었다. 그런 박 회장이 소개한 맛집이라니, 더 궁금해졌다. 그는 가족이 함께 가는 단골집이라며 내동의 '옛날화로왕갈비'를 소개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권영희 사장이 집에 놀러온 친구를 맞이하듯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박 회장은 "사장의 성격이 너무 좋다. 언제나 한결같아서 들어설 때부터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먼저 삼겹살부터 맛보고 나서 갈비를 맛보기로 했다. 기본 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이 집의 '지'는 짜지 않고 맛깔스럽다"고 칭찬했다. 쌈추, 취나물, 방풍나물로 담근 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살짝 돌았다. 양파, 고추, 오이, 무 등 제철 채소를 사서 담그는 지도 새콤한 맛이 났다. 박 회장은 "지를 집에서 담글 때는 무척 번거롭다. 그래서 이 집에 오면 실컷 먹는다. 다른 반찬들도 깔끔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흑임자 소스를 끼얹은 채소샐러드도 상큼했다.
 
반찬을 내오던 권 사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지를 담글 때는 매실엑기스를 사용한다. 친정어머니가 합천 해인사 부근에서 매실 농사를 짓는다. 매년 150㎏ 정도를 가져온다. 79세인 어머니는 '내가 살아있을 때 많이 가져가 먹어라'고 한다. 매실엑기스는 갈비를 재울 때도 사용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의 기본 맛은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은 매실 맛인 셈이다. 어머니가 산에서 취나물도 캐어다 준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7년 전 현재의 자리에 식당을 개업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김해에 와서 산 지가 20년이다. 친정에 갔다가 대구에서 화로왕갈비를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마침 주위에서 음식솜씨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던 터라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기는 잘 아는 거래처에서 생고기로 받아온다. 삼겹살은 좀 두텁게 장만해 칼집을 넣어 숙성시킨다. 갈비도 권 사장이 직접 손질한다. 갈비 양념에는 양파와 신선한 과일을 갈아 넣고 매실 엑기스도 빼놓지 않는다. 고기의 잡내를 없애 주고, 소화도 잘 되라고 넣는다.
 
▲ 칼집을 넣어 숙성시킨 생삼겹살과 부드럽고 연한 갈비를 풍성한 채소에 싸서 취나물, 방풍나물 등으로 담근 지와 함께 즐긴 뒤 뜨거운 김치칼국수를 마무리로 먹으면 '옛날화로왕갈비'의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삼겹살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박 회장이 "생삼겹살이라서 그런지 기름이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향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채소를 손에 가득 놓고 삼겹살을 얹어 권했다. 그는 "채소가 늘 풍성하다. 채소 가격이 오르면 다른 식당에서는 값이 올랐다며 채소를 조금만 준다. 이 집은 한결같다. 고기는 잡내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취재는 그만 하고 얼른 맛부터 보라"고 거듭 말했다. 박 회장은 이 집이 개업했을 때부터 7년째 단골이다.
 
삼겹살 맛을 보고 나니 갈비가 나왔다. 갈비는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서 내온다. 발갛게 양념이 된 것은 매운갈비이다. 초벌구이를 해서 반 이상 익힌 갈비를 숯불에서 다시 구워 먹으니 타지도 않았고, 연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권 사장은 "우리 집에서는 갈비가 가장 인기가 많다. 대부분 갈비를 먹으러 온다. 고객은 다양하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나갈 무렵이면 저녁 회식 손님과 술을 곁들이는 손님들이 온다. 친구와 연인들도 많다. 이사를 간 뒤 갈비 맛이 그리워 찾아왔다는 가족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업 초기에 한창 연애를 하며 우리 집에서 갈비를 먹던 청춘남녀가 결혼을 했다. 임신했을 때 부인이 입덧 중에 갈비 생각이 난다며 먹으러 왔다. 그때 엄마 뱃속에서 갈비 맛을 본 아이가 이제 유치원생이 돼 부모와 함께 온다"며 웃었다.
 
권 사장은 목소리도 밝고 명랑했다. 그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한 단골이 결혼한 지 한 달 된 딸과 사위를 데리고 왔다. 사위가 갈비를 먹고 난 뒤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장인어른이 왜 단골인지 알겠다. 나도 처갓집 올 때면 들러야겠다'며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했다. 단골도 체면이 섰고, 그도 무척 기뻤다고 한다.
 
박 회장과 함께 자리를 한 공예가 강경란 씨도 말을 보탰다. 그는 "아들이 군대에 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항상 이집 왕갈비를 먹는다. 전화통화를 할 때면 이 집 갈비가 생각난다는 말을 한다. 휴가를 나오면 곧장 이 집에 데리고 와야 한다. 외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친척들이 올 때도 이 집을 소개하면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한 갈비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갈비까지 깨끗이 먹고 나자 박 회장은 김치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까지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는 김치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조금 찌그러진 냄비에 담겨 나오는 김치칼국수를 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던 박 회장의 예언(?)은 적중했다. 소박하게 김 고명만 얹어 나온 쫄깃한 김치칼국수와 매콤한 국물 맛은 식욕을 다시 돋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마치 이 김치칼국수를 먹기 위해 고기를 먹었던 것 같았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칼국수를 먹는 동안 땀도 흘렸지만, 그렇게 먹고 나니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비 오는 날 이 집에서 고기 다음에 먹는 김치칼국수 맛은 정말 최고다.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시골정서가 좋아 단골이 됐다. 항상 기분 좋게 먹고 가는 집"이라는 박 회장의 말이 광고문구처럼 귀에 와서 박혔다. 비 오는 날 다시 와서 먹어보고 싶어졌다. 

▶옛날화로왕갈비
내동 1113-13. 055-324-8585. 왕갈비(200g) 7천 원, 매운갈비(200g) 7천 원, 생삼겹살(130g) 8천 원, 김치칼국수 4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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