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던 책 한 권이 평범한 삶을 살던 나에게 꿈을 좇을 수 있게 했다. 바로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10여 년 만에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아들에게 읽히려고 산 책이 나의 몫이 되었다. 책은 별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던 내게 '꿈'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내개 책 한 권이 꿈을 되살려 주었다. 이 책은 내게는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다.
 
앞만 보고 살다 보니 꿈이라는 것을 접어야 했다. 아니 늦은 나이에 꿈을 좇는다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양계장의 닭처럼 삶의 순리에 순응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주어진 생활이 삶의 전부인양 별 의심 없이 살았다.
 
삶의 무게에 지쳐갈 즈음, 내게도 꿈이 있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양계장에서 암탉 '잎싹'이 마당으로 한걸음 발을 내딛듯 책을 펼치며 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원의 문턱을 마흔의 나이에 넘어섰다. 잎싹이 마당을 나와 청둥오리의 알을 품듯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공부를 품었다. 잎싹이 족제비에게 어린 새끼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공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밤을 새웠고,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잎싹이 마당을 나와 덩굴 속으로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듯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학교라는 새로운 희망의 터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학교의 권유로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두고 말레이시아 MMU대학에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두려움과 떨림을 뒤로 하고 낯선 곳에서 열심히 살았다. 영어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잎싹이 온 힘을 다해 족제비를 물리치며 자신의 소명인 새끼 청둥오리를 지켜나가듯, 그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와 말을 익히며 그들의 세상 속으로 나아갔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선택의 순간에 잎싹이 자신이 키운 청둥오리 새끼를 과감히 세상의 무리 속에 내보내듯, 나도 학교에 남기보다는 꿈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인 김해여성복지회관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하늘을 오르는 잎싹처럼 이곳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고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김해뉴스

≫김은아/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시골학교의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소녀는 21세에 울산문학상으로 등단한다. 인제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공부하고 말레이시아 MMU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저서로 <Korean for Foreigners>가 있다. 지금은 김해여성복지회의 회장과 관장을 맡고 있으며 가야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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