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유년시절과 만나온 사람들 얘기
모두 60편의 글 통해 소소하게 풀어내

사람 사람/안도현/신원문화사 296쪽/1만3천 원

<사람 사람>. 제목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사람…" 하고 나직이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면서 내는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만든 사람의 숲에서 푸른 온기가 전해져 오는 듯도 하다.
 
안도현 시인이 유년시절의 추억과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낸 산문집 <사람 사람>을 세상에 내놓았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총 60편의 글이 실려 있다. 
 
안도현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중)라는 시로 우리에게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소중함을 읽어낼 줄 아는 깊은 눈을 가진 시인은 연탄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줄 줄 아는 글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힘의 근원이 시인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릴 적 추억과 살아오면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맨 처음에 수록된 '하늘에 다리를 놓는 연날리기'에서 '연은 연의 힘으로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솟구쳐 오른 뒤에, 연은 겨울 하늘 한쪽에 턱하니 번듯한 창문 하나를 낸다. … 아들아, 올해는 기대해 보겠다. 겨울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너도 하늘에 보란 듯이 창문 하나 매달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해마다 만들어 주던 방패연을 다시 아들에게 만들어 주며 '고독한 몽상가'인 방패연을 통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날 매서운 바람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어깨를 도닥여 준다. 그리고 '아들아, 지는 꽃의 힘을 아느냐'에서는 '땅으로 떨어진 수백 송이의 꽃들'의 도움으로 석류 알이 열리므로 '지는 꽃의 힘'을 잊지 말기를, '실패 앞에서 기죽지 않을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나와 구두의 관계'에서는 나와 낯선 구두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하나가 되듯이 사람과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슬며시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하리라. 서로에게 슬며시 스며드는 것, 스며들어서 그 이의 숨결이 되는 것!' 이 글을 읽고 있으면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사느라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가족, 친구 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오르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사람 냄새 솔솔 나는 이야기들은 먼 과거의 유년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몽상에 빠져들게 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그 추억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든 온기의 연대가 있다. 세상살이가 힘에 부칠 때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몸속에 저장해온 그 온기로 몸을 데우고 그 힘으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추운 겨울을 이기고 봄이 되면 다시 연두빛을 길어 올리는 나무처럼 온기를 나누며 함께 둥글게 어울려 사는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인 것이다.



이은주 시인
<신생>편집장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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