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공복이라고요? 공무원이 상전입니다. 상전!"
 
김해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했던 주촌면 주민들은 요즘 분해서 잠도 못 이루겠다고 하소연이다. 구제역 때문에 입은 유·무형의 피해만 생각해도 억울한데 상수도 설치비 폭탄까지 떠 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공무원들은 상처에 소금 뿌리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구제역이 창궐할 당시 김해시의 부실한 가축 매몰로 인해 핏물이 새나오자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그래서 김해시에 상수도 설치를 요청했고, 시는 설치비 일부를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비용이 가구당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150만 원에 달한다.
 
주민들이 억울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선 주민들은 상수도 확충공사의 원인이 됐던 구제역에 대한 책임이 없다. 주촌면에서 돼지를 키우는 사람은 대부분 원주민이 아니라 외지인이다. 더구나 지하수 오염 우려를 불러 온 부실 매몰의 책임은 방역 당국의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구제역이 창궐하는 동안에 바깥 출입이 제한돼 죄인 같은 취급을 받았다. 최근에는 매몰지에서 나오는 악취와 핏물 침출수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
 
주민들을 더욱 분통터지게 만드는 것은 김해시 공무원들의 태도다. 주민들이 옥내배관 설치비용도 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시 공무원들은 '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식의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시 공무원들의 뻣뻣함에 한 시의원도 고개를 내저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담당부서를 찾은 한 시의원은 "공무원들이 조례상 옥내배관 설치비까지 부담해주면 전체 상수도 사업비까지 회수 당할 수 있다는 당치도 않은 주장을 하며 고집을 피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주촌면 주민들의 억울한 사정이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 사무실에 전달됐다. 그날부터 김 의원실 보좌관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백방으로 뛰었다. 그 결과 환경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김맹곤 시장 취임 이후 그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리더가 열린 마음으로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상향식 의견 개진이나 발전적 대안 제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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