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생명과학고 2008년 참전기념비 건립
생존자 이규훈 씨 등 해마다 추모 행사


"한국전쟁에 학도의용병으로 참전해 목숨을 바친 선배님들과 순국선열들을 위해 묵념."

경건한 음악이 울려 퍼지자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옛 김해농업중학교·김해농업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동창생들은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함께 참전했던 동기들에게 묵념을 하는 생존 학도의용병들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었다. 학생들은 정성껏 준비한 꽃바구니를 참전 기념비 앞에 조심스레 헌화했다. 그리고는 60여년 전에도 똑같이 불렸을 교가를 함께 힘차게 불렀다.

▲ 김해생명과학고 학생들이 6·25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을 앞두고 학교에 세워져 있는 학도의용병 참전기념비를 만져보고 있다.

김해생명과학고는 매년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이 되면 뜻 깊은 행사를 갖는다. 65년 전 당시 김해농중 17~19세 학생들이 학도의용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을 기억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이 행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김해농중 학도의용병 가운데 85명의 이름이 새겨진 참전기념비 앞에서 열린다. 당시 김해에는 중등학교라고는 김해농중 뿐이어서 이 학교 학생들만 학도의용병으로 참전했다.

김해생명과학고에 학도의용병 참전기념비가 세워진 것은 2008년이다. 학도의용병 생존자인 이규훈(85) 씨와 김해농고 교사였던 박희양(85)씨 등을 비롯한 김해농고 동창생들이 힘을 모아 참전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학생들이 학도의용병으로 참전했지만 김해생명과학고처럼 기념비를 세운 곳은 드물다. 참전기념비는 2012년 11월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해생명과학고 이정문 교장은 "34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지만 학도의용병 참전기념비가 있는 학교는 김해생명과학고밖에 보지 못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조국을 위해 싸운 선배들이 계셨다는 데 대해 교직원들과 학생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참전기념비 옆에 학도의용병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안내판이 세워졌다. 학생들은 학교를 오갈 때마다 참전기념비와 안내판을 보며 선배들의 애국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학도의용병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모, 방문객 들도 한국전쟁과 학도의용병에 대해 깨닫는 장소가 되고 있다.

▲ 김해생명과학고 출신 학도의용병 85명을 기리기 위한 참전기념비.

김해생명과학고는 또 매월 학생 전체 조례, 입학식, 졸업식 등 학교 행사 때마다 학도의용병에 대해 설명하고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2008년에는 동창회에서 김해생명과학고의 80년 역사를 담은 '김농 80년사'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동창회와 김해생명과학고 이종문 교사는 책을 발간할 때 학도의용병들의 이름과 전사자들의 명단을 모두 정리하기도 했다.

60여 년 전의 학적부를 토대로 학도의용병 명부를 확인한 이종문 교사는 "오래된 일을 정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학교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자랑스러운 일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수행했다. 참전한 선배들은 모두 성적이 우수하고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그런 선배들이 있었기에 학교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회장 김지훈(3학년) 군은 "입학 전에는 학도의용병에 대해 잘 몰랐다. 2년 반 동안 학도의용병에 대해 많이 배웠고, 이제는 많은 학생, 학부모 들이 학도의용병에 대해 알고 있다. 선배들의 호국정신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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