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창원에서 김해 장유면으로 이사한 김 모(32) 씨는 6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장유 소재 유치원들이 창원보다 원비가 10만 원 정도 비쌌던 것은 물론이고 부가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는 자녀를 입학시키려면 해당 유치원에 이미 다니고 있는 자녀의 학부모 추천서를 받아 올 것을 요구했다. 일부였지만 법으로 금지된 '쌀봉투'를 요구하는 기관도 있었다.

장유 영·유아 전체 인구의 10% 유치원 부족 입학 '별따기'
공립 100대 1 경쟁률 예사, 추천서·부대 조건도 까다로워

김해 장유면이 높은 영유아 인구비율에 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전담 교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부모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사립기관들이 원비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유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3세~7세까지 영유아 인구는 모두 1만1천5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공립 교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해교육지원청과 김해시청 여성가족과에 따르면 장유지역의 국·공립 영유아 교육시설은 유치원이 11곳, 어린이집이 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유치원의 경우는 초등학교에 부속된 시설로 1~2교실을 할애한 것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용인원도 많아야 30명을 넘지 못한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립유치원의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정도로 치달을 때도 있을 만큼 높다 보니, 의무교육 해당 나이인 만 5세 아동만 가려 받는 시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립시설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 십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사립시설에 자녀를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사립시설도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에 비해 그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높은 원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추천서 등을 요구하는 유치원의 까다로운 입학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 씨는 "학부모들이 아쉬운 입장이다 보니, 유치원들이 이를 악용해 횡포를 부린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며 "만 5세 의무교육이 시작된다는데 일단 아이가 다닐 유치원이 있어야 혜택을 보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김해뉴스> 취재진이 지난 6일 확인 한 결과 장유지역 유치원의 원비는 부산이나 창원 등 인근 타 대도시에 비교했을 때 다소 높게 책정됐으며. 같은 김해지역 내에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유 소재 C유치원은 6세 아동의 입학조건을 묻는 취재진에게 50여 만 원의 원비를 제시했다. 이나마도 수 십만 원 상당의 교복 비를 특별 사은행사로 면제 받는 조건이었다. 반면 내동에 위치한 G유치원의 원비는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해서도 30여 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추천서나 지나치게 높은 원비를 받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권고를 하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다 보니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립시설 확충도 예산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진 지 오래다. 장유면이 김해지역 대표적인 성장 도시로 영유아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 추세에 미뤄봤을 때, 학부모들의 불편과 반발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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