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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정자 옆 돼지국밥집…"식사하세요"이경희 장유동 율현마을 주공12단지 통장이 추천하는 '돈이랑 밥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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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5.07.01 09:17
  • 호수 229
  • 14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유난히 국밥 좋아했던 '서울 사람'
덕정마을 입구 국밥집에 반해 단골

뽀얀 100% 사골국물과 얇게 썬 고기
은은한 한약재 향과 어울려 진미
삼겹살·돼지갈비 식당도 함께 운영

   
▲ 이경희 통장이 환하게 웃으며 '돈이랑 밥이랑'의 돼지국밥을 한 술 크게 뜨고 있다.
"맛있는 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가요."
 
장유동 율현마을 주공12단지아파트 이경희(57) 통장은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언제 전화를 걸어도 반가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여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던가. 오랜만에 만나는 그와의 식사가 기다려졌다.
 
이 통장은 율현마을에서 7년째 통장 일을 맡고 있다. 성격이 낙천적인데다 다른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돕고 있어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율현마을에 사는 사할린 동포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보살피고 있다. 그와 사할린 동포들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맛집'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관동동 덕정마을 입구였다. 덕정마을 표지석을 지나 아름드리 나무가 솟아 있는 정자 바로 옆에 '돈이랑 밥이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다른 식당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 통장이 식당에 들어서자 '돈이랑 밥이랑'의 이왕규(50) 사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알고 보니 그는 덕정마을의 통장이었다. 아버지는 식당 자리에서 정미소를 했다고 한다.
 
식당 안으로 더 들어가니 왼쪽 공간은 신발을 벗고 앉는 밥집, 오른쪽은 원형식탁에 숯불을 넣은 고깃집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국밥과 삼겹살, 돼지갈비를 함께 파는 식당이라고 한다. 어느 쪽에 앉아도 상관없지만 국밥을 먹으러 온 우리는 '밥집' 쪽을 택했다.
 
이 통장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사람'이지만 유난히 국밥을 좋아한다. 그는 "1999년에 부산으로 이사를 하면서 돼지국밥을 처음 맛보았다. 서울에는 맑은 국물의 순대국밥밖에 없다. 부산에 오니 뽀얀 국물에 고소한 돼지국밥이 있더라. 그때 돼지국밥 맛에 반해 서면시장의 돼지국밥 골목을 많이 누비고 다녔다"며 웃었다.
 
   
▲ 소박하지만 든든하게 차려진 돼지국밥 한 상.

국밥이 상에 차려졌다. 말 그대로 국과 밥에 양파, 고추, 새우젓, 깍두기, 김치, 부추무침, 된장이 전부였다. 국밥집답게 깔끔하고 소박한 상차림이었다. 이 통장은 "통장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집이다. 맛이 깔끔하다"며 국밥에 부추를 넣은 뒤 크게 한 술을 떴다.
 
이 통장을 따라 부추를 넣고 맛을 보았다. 뽀얀 국물은 돼지의 잡내가 전혀 없었고, 깔끔하면서도 짭조름하게 간이 돼 있었다. 간이 적당해서 따로 새우젓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이 사장은 "100% 사골로만 국물을 낸다. 보통 사골은 오래 끓여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센 불만으로도 좋은 국물을 낼 수 있다. 소금으로 간을 미리 맞춰서 낸다. 손님들이 새우젓을 많이 넣어 짜게 먹는 걸 보고 미리 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이왕규 사장의 부인 김경염 씨가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썰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밥 속에 들어있는 돼지고기는 수육이나 편육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곳의 고기는 대패삼겹살 같아 보였다. 얇게 썬 고기는 입안에서 힘을 줘 자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했다. 은은한 한약재 향도 풍겼다. 국밥과 참 잘 어울렸다.
 
이 사장은 "다른 식당들은 돼지머릿살을 많이 쓰는데 나는 돼지 앞다리(전지)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앞다리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해 전지를 쓰게 됐다. 어르신, 어린이, 병원환자 들이 많이 찾아오고 포장도 많이 해 간다. 이 분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를 얇게 만들다 보니 지금 형태의 국밥이 됐다"고 설명했다.
 
술술 넘어가는 국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 통장이 김치를 꼭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국밥도 맛있지만 김치 맛도 정말 끝내준다"고 말했다. 눈으로만 봐도 배추 속까지 양념이 배어 있어 색이 진했다. 국밥집은 대개 김치 맛이 보통 이상인 편인데, 이 식당의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시골의 어머니가 만든 김치처럼 깊고 시원한 맛이 났다. 비결은 좋은 종자로 직접 재배한 배추와 고추, 시원한 맛을 위해 김치 양념에 넣는 보리새우, 과일 등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이 김치를 워낙 좋아해 매년 담는 김치 양만 1천포기에 달한다고 한다. 국밥 뚝배기의 바닥이 보일 때쯤 되자, 이 통장은 뚝배기를 비스듬하게 기울이더니 남은 국밥을 마저 떠먹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식사를 마친 뒤 이 통장과 다시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은 사할린 동포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약 3개월간 사할린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했다. 추운 나라에서 나고 자란 동포들이라서 더운 여름을 택해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였다. 그는 동포들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TV 수신료, 휴대폰 요금 등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일시 정지를 시키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 덕정마을 입구 정자 옆에 있는 '돈이랑 밥이랑'.

이 통장은 한국말과 한국생활에 서툰 사할린 동포들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하는 사람이지만 칭찬에는 언제나 손사래를 친다. 그는 "저 말고도 여러 단체와 김해시에서 사할린 동포들을 돕고 있다. 인생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이다. 언제까지 통장 일을 할지 모르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며 미소 지었다. 배도 마음도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였다. 

▶돈이랑 밥이랑
김해시 덕정로 77번길 19(덕정마을 회관 앞). 055-314-8214. 돼지국밥·내장국밥 6천 원, 섞어국밥 7천 원, 수육백반 1만 원, 수육 2만 5천~3만 5천 원.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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