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의 일이다. 생림면 봉림리에 봉림산업단지가 들어서려 하자 '봉림산단 반대대책위원회'는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에 열렸던 생림면 이장단, 지역단체 회장단 회의에서 봉림산단과 개별공장 조성에 반대하자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회견문을 읽을 대표로 허율 생림면번영회 회장이 나섰다. 그런데 그는 그날 오전에 합의한 내용을 무시하고 갑자기 "생림면을 분열시키려는 작태를 두고 볼 수 없다. 외부인은 봉림산단 조성 반대를 핑계로 생림면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허 씨가 느닷없이 엉뚱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자, 허 씨 뒤에 서 있던 이장, 회장들 중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금 뭐하는 거냐!" 대책위원회는 다음날 허 씨의 행동을 질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김해 봉림산단 조성 '민민 갈등' 비화 조짐', '김해 봉림산단 예정지 주민 간 의견 충돌', '김해 봉림산단 조성 갈등'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허 씨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봉림산단 반대 운동에 몰두해 온 산성마을 주민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일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김해시의회의 '삼계석산 특혜의혹 특별위원회'(위원장 엄정)가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구역 사업 예정지인 삼계석산 부지를 방문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생림면 자생단체장·이장 들로 구성된 '생림면단체협의회'가 참석했다. 협의회 회장은 바로 허율 씨였다.

생림면단체협의회는 '삼계나전지구 임대아파트 건설은 생림면민의 숙원사업', '생림면민 염원, 지역구의원은 아는가',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은 생림지역 발전의 시작' 등의 현수막을 설치하고 특별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 이들은 이틀 전에는 김해시의회 배창한 의장을 찾아가 '생림면민의 뜻'이라며 특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허 씨가 회장인 이 단체가 삼계석산 개발에 찬성한다고 하자, 일부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김해 석산부지 아파트 찬성',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 조기 추진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2년 전 봉림산단 때와 똑같은 일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행정절차는 지금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태광실업이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사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한두 달이 도시개발구역 허가에 있어 중요한 기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생림면단체협의회의 '삼계석산 아파트 개발 찬성' 주장은 아파트를 지으려는 태광실업과 아파트 허가를 내주려는 김해시에겐 '천군만마'인 듯하다.

그런데, "삼계석산 개발이 생림면 전체의 뜻"이라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기자가 만나 본 대부분의 생림면민들은 삼계석산 개발에 찬성하기는커녕 생림면단체협의회의 활동 내용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한 생림면민은 "(생림면단체협의회가)면민들에게 뜻을 물은 적이 없다. 허 씨가 '또 그런 일'을 하고 다니냐"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면민은 "삼계석산에 아파트를 지으면 생림면은 더욱 더 고립된다. 차라리 면사무소 주위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생림면 주민들의 진짜 뜻은 무엇일까. 허 씨 등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시민들과 관계기관들이 이 부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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