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창단 1~2학년 56명 회원
가야노인전문병원서 격주 봉사
어르신 말벗 역할에 식사 수발까지
학교에서는 오이 등 각종 채소 재배
삼계동 가야노인전문요양원에 고등학생들이 나타났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응,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학생들은 요양원의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한다. 어르신들은 기다리던 친손자들이 온 것 마냥 반갑게 웃는다. 학생들은 어르신들 옆에 자리를 잡더니 자연스럽게 어깨를 주무르며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식사를 나른다. 팔이 불편한 어르신이 반찬을 떨어뜨리자 한 학생이 어르신 옆에 앉아 반찬을 일일이 놓아준다.
가야노인전문요양원에서 마치 친손자처럼 어르신들을 알뜰히 챙긴 학생들은 김해분성고등학교 4-H회 단원들이다. 4-H회는 김해분성고 1~2학년 학생 56명으로 구성된 학교 봉사동아리다. 2013년 창단 직후 협약을 맺어 2주에 한 번 가야노인전문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의 말벗이 되거나 식사 수발을 하고 있다.
김해분성고 4-H회는 '머리(Head), 충성스런 마음(Heart), 부지런한 손(Hands), 건강한 몸(Health)'을 지향하는 한국4-H본부 소속단체다. 농작물 재배 등을 통해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활동을 주로 한다. 김해분성고 4-H회도 학교에서 방울토마토, 고추, 오이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한다. 지난달 25일부터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지역이 원산지인 '메론피아'라는 과일을 심어 기르고 있다. 4-H회는 3개월 뒤 메론피아를 수확해 가야노인전문요양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해분성고 4-H회를 이끄는 백순출 교사는 "대가족이었던 옛날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집에서 어르신을 만날 기회가 없어 인성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야노인전문요양원과 협약을 맺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H회 회원들은 모집 공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학생들이다. 매년 100여 명의 학생이 지원할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4-H회는 지난 5월에는 제39회 가야문화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대성동 등을 돌며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매년 농촌지역을 방문해 일손을 돕기도 한다.
2학년 송민엽 군은 "메론피아를 처음 길러 본다. 메론피아를 어르신들에게 선물할 계획이기 때문에 더욱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론피아를 받아들고 기뻐할 어르신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역시 2학년인 정창길 군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도와드릴 수 있어 매번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뿌듯한 마음을 느낀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힘이나마 더하는 자세가 생겼다"며 웃었다. 또 2학년인 이승환 군은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이 거듭될수록 친손자처럼 대해주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점점 더 진심으로 다가가는 저를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백 교사는 "봉사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이 어르신들과 진심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도 4-H회가 농작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위를 돌아보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