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식 인제대교수
이제 막 1학기를 결산하는 성적처리를 끝냈다. 웹을 통해 공개된 성적에 희비가 엇갈릴 학생들 얼굴이 눈에 선하지만, 중간·기말 시험 대신 제출하게 했던 '김해학' 과목의 리포트는 나를 뿌듯하게 했다. 첫 번째 과제는 <김해뉴스>의 '김해인물열전'에서 다뤘던 인물 외에 새로운 김해인물을 발굴하란 것이었다. 역시 수로왕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실 작업'의 화가 김홍석, 문학평론가 김종출과 김윤식, 소설가 김원일, 판소리 명창 김녹주, 독립투사 허윤송, 그리고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되는 '희망가'의 노랫말을 쓴 목사이며 교육자였던 임학찬 등의 발굴이 눈에 띄었다.
 
두 번째 과제는 현재 김해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대책을 논하란 것이었다. 경전철, 난개발, 외국인노동자, 환경문제, 교육문제, 관광정책처럼 뉴스에서 자주 다뤄지는 문제가 주류를 이루었다. 스스로 자기 동네를 답사하면서 청소, 도로, 치안, 환경 등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내 자신의 시각으로 대책을 고민했던 과제들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과제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거나 성의 없는 리포트도 있었지만 우리 학생들이 김해를 좀 더 알게 되고 김해의 현안을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2013년 11월에 '김해학' 제창의 심포지엄을 개최했지만 김해시는 반응이 없었다. 우선 인제대부터라도 시작해야겠기에 2014년 1학기부터 '우리 지역의 김해학'이란 교양과목을 편성했다.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도시, 건축, 교육, 환경, 복지, 다문화 등 우리 김해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모든 분야를 8~9명의 인제대교수진과 2~3명의 외부초청강사로 구성된 어마어마한(?) 과목을 30~60여 명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교수 한 사람의 취향만 파악하면 되었던 학생들에겐 실로 헷갈리는 과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제 말미에 전혀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는 학생들의 코멘트가 나은 성적을 위한 립서비스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김해시의 인구는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시·군 합한 15만에서 54만으로 불어났다. 불어난 인구의 다수는 당연히 타지 분들의 이주에 의한 것이었다. 방금 타지서 온 분들에게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모른다고 탓할 수도 없고 김해의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 김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발전방향을 고민하라는 건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김해토박이'란 분들조차도 김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새로운 주민들에게 '김해'를 전파하고 오래된 토착민들의 오해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와 정책으로서 '김해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타 도시에 이름을 빼앗겨 '김해장군차'로 부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장군차의 유래도 김해학에서 정립되고 제대로 전파될 필요가 있다. 차를 하시는 분들조차도 허왕후의 도래에서 유래를 찾는 게 보통이지만, <삼국유사> 가락국기에서 허왕후가 가져왔다는 물품의 품목에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충렬왕이 김해 백운대 아래 금강사에 묵으면서 마당 가득 그늘을 드리웠던 나무를 칭송해 '장군수'라고 불렀던 것과 그것이 마침 차나무였다는 기록은 분명한 역사이다. 개성의 충렬왕이 김해까지 왔던 것은 여몽연합군의 일본정벌을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정벌군이 마산 합포에서 출항했던 것은 유명하지만 원래 김해 땅이었던 부산경남경마장 아래 수정마을이 수참이란 고려시대 해군사령부였고, 거기서 9개월 동안 일본정벌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 김해의 장군차는 한민족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일본정벌의 차'였다. 허왕후의 로맨틱한 전승도 좋지만 이런 역사의 전파를 통해 '일본정벌의 차, 김해장군차'가 더 유명해지고 더 잘 팔릴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요즈음 이런 '김해학'의 필요성을 인식한 김해문화의 전당을 비롯한 기관, 학교, 시민단체 들이 '김해학강좌'를 열기 시작한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해야 할 일이다.
 
다만 그 강사진과 강의내용을 보면 잘못된 가야사 인식에서부터 문제 있는 사랑방 이야기 정도인 경우도 적지 않다. '김해학'을 하려는 원래의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일정한 교과내용과 강사의 수준을 보장하면서 다양한 김해의 현안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김해학센터'의 설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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