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몽마르뜨언덕의 성심성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김해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보고서가 극히 형식적이고 부실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김해시의회에 따르면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은 지난 10월 19일부터 9박 10일 간의 일정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이 '선진 의정 견학'을 목적으로 유럽 3개국을 돌며 쓴 경비는 1인당 450만 원씩, 총 4천100만 원에 이른다.

이들이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날 당시 '외유성 관광'이라는 의혹이 일자 배정환 시의회 의장은 "관광 목적이 아니라 선진 사회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으로, 내실 있고 체계적인 연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일까? 지난 2일 김해시의회가 발표한 '2010년도 유럽 선진도시 연수 결과 보고서'를 살펴 보면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먼저, 의원들은 지난 10월 귀국했지만 보고서는 12월이 돼서야 작성됐다. 현행 '김해시의회공무국외여행규정' 제11조에 따르면 공무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사람은 15일 이내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기한을 훌쩍 넘겨 제출됐다. 이에 대해 김해시의회 관계자는 "내용을 다듬고 자료를 보충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총 39쪽 분량으로 작성됐으나 이 중 절반이 넘는 대부분의 내용이 사진과 방문국가 도시의 언어, 종교, 면적 등 일반 현황 위주로 채워졌다. 스위스만 하더라도 사회·문화와 관련된 설명을 보면 '나라 전체가 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중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나라'라는 원론적 내용 뿐이다. 다음 장을 보더라도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 '체르마트 암벽피라미드의 마테호른' 등의 제목을 단 사진 두 장이 전부다.

게다가 의원들의 연수 일정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질 함양'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10일간의 일정 가운데 의회 방문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연수내용은 허술하기만 하다. 방문시간과 기관, 정치형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안내원 설명과 의원실 설명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베른 대성당, 두오모 성당, 베끼오 궁전, 박물관 견학 등 관광이 대부분이다.

특히 보고서의 핵심이 되어야 할 '의정 및 시정 도입 검토사항'은 전체 39쪽 중 2쪽도 채 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토사항'은 △우리 시 간판의 정비 △도심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시행 △시민의 휴식공간인 녹지대 및 녹지공간 조성 4가지로 분류됐다. 하지만 유럽 선진 국가와 우리의 실정을 비교하면서 구체적으로 제도 개선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서유럽 자전거 교통수단 활용도 높음', '유럽 지역 곳곳의 시민 휴식 공간을 참고하자'는 등의 두루뭉술한 내용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해여성회 의정참여단 이소영 대표는 "선진 사회 견학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해외연수는 반드시 시의회와 시정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시의원들은 해외연수 후 보고회를 갖는 등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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