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사용 문제 놓고 생긴 갈등 속
정의·진리·평등의 소중한 가치 배워

소리 질러, 운동장

진형민 글
이한솔 그림
창비/156쪽
9천800원

마을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신간이 꽂혀 있는 서가에 가서 친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을 한 권 골라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4~5학년 아이들에게 그 중 한 권을 다시 고르라고 했더니, 모두가 선택한 책이 <소리 질러, 운동장>(진형민 글·이한솔 그림, 창비)이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한바탕 뛰어 놀고, 또 진지하게 고민도 한다. <소리 질러,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무한한 정신세계가 파도처럼 요동치며 살아 있다. 독서는 학습이라기보다는 쉼과 신나는 놀이로서의 기능이 더 가치 있다는, 작지만 강한 울림을 메아리로 전해 준다.

전하는 메시지가 강렬한 책도 있고, 무릎을 치는 깨달음을 주는 책도 있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숨이 차도록 뛰어 놀고 땀을 흘린 후 가벼운 바람에 땀을 식히는 듯한 후련함과 감미로운 달콤함을 전해준다. 제대로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장 아이다운 정직함으로 유쾌하게 전개해 간 작가의 담백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또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정직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일면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야구를 좋아 하는 김동해. 자기 팀에는 불리하지만 정직한 판정을 하는 바람에 야구부에서 쫓겨났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부에 들어갈 수 없는 공희주와 만나게 된다. 글러브와 방망이, 멋진 유니폼은 없지만 두 아이들은 모자와 맨주먹으로만 하는 좀 특별한 '막야구부'를 만들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막야구부이지만 아이들은 창피해 하거나 기죽지 않고 당차고 활달하게 그들만의 야구를 즐긴다. 그러나 이들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학교가 자랑하는 야구부원과 같은 운동장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감독으로부터 운동장 사용 금지라는 정당하지 못한 요구를 받게 된 것이다. 막야구부 아이들은 당당히 거절을 했다. 하지만 감독은 꼼수를 써서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감독은 운동장 면적을 전체 학생 수로 나눠 모인 인원 만큼만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 분량의 운동장 면적을 빌려 254조각의 운동장 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고민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는다. 정의, 진리, 평등과 같은 가치를 배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두 주인공이 갈등을 떡볶이 한 접시로 풀어가는 모습도 참 귀엽다.

그림도 인상적이다. 야구공 모양으로 편 가르기가 되어 있는 표지의 그림에 본문 내용이 압축돼 있다. 아이 하나하나의 표정 또한 단순한 그림구조 속에 녹아 있어 책장을 덮은 후에도 따뜻한 작가의 심성을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 선택의 문제와 만나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대응방법을 모르거나 피하기 쉽다. 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 두려워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소신껏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건강한 생각이 독자로 하여금 쾌감을 맛보게 한다. 숨차게 땀 흘리며 노는 가운데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성장하며 진정한 정의를 알아 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이 책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어른들이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임홍자
영운초등학교 전담 사서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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