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옛 김해중앙교회 터에서 행사
1000명 가까이 참석 예배 후 음식 나눠


지난 17일 김해 구도심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평소에도 외국인들이 많은 거리지만 이날 따라 삼삼오오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또삐'라는 모자를 쓴 사람, 돌돌 만 카펫을 손에 쥔 사람 등등…. 이들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서상동의 한 공터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해중앙교회 건물이 세워져 있던 곳이었다.

공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천을 깔아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오전 8시 40분이 넘어가자 사람들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어림잡아 1천 명 가까이 돼 보였다. 이들은 모두 김해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이슬람교 신도)들이었다.

▲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지난 17일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 피트르'를 맞아 서상동의 옛 김해중앙교회 터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들이 옛 김해중앙교회 터에 모인 것은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을 끝내고 '이드 알 피트르' 축제를 맞아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무더위'라는 뜻의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의 9번째 달에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금식을 하고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드리는 행사다. 이드 알 피트르는 라마단이 끝나는 다음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슬람의 가장 큰 축제다. 이날 옛 김해중앙교회 터 말고도 김해 곳곳에서 각 나라별로 무슬림들의 축제가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넓은 장소를 못 구해 인도네시아 이슬람센터 '알바로카'에서 4차례로 나눠 이드 알 피트르 예배를 진행했다. 올해는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의 도움을 받아 옛 김해중앙교회 터를 빌린 덕에 모두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과거 수십 년간 기독교 예배가 열렸던 장소에서 이슬람 예배가 열리게 된 것이다. 과거 스페인에서는 이같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을 '라 콘비벤시아(La Convivencia)'라고 불렀다.

이날 축제 예배에 참석한 무토 이린(40) 씨는 "매년 인도네시아 이슬람센터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지 못해 골목에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올해는 이렇게 다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너무 행복했다"며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와 땅을 빌려준 지주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른 인도네시아 무슬림들도 이린 씨의 마음과 같은지 모두 밝은 표정으로 예배를 드렸다. 임시 예배당에서는 하나님을 부르고 무슬림을 모으는 육성의 외침인 '아잔'이 낮고 평온하게 울려 퍼졌다. 차분한 아잔 덕분에 공터는 진짜 이슬람 사원이 된 듯 경건한 분위기가 흘렀다.

예배를 드리려고 몸을 깨끗이 씻고 좋은 옷을 입은 무슬림들은 한 눈에 봐도 단정하고 깨끗해 보였다. 예쁜 천을 허리에 두르는 '사롱'을 하고 머리에는 또삐를 쓴 사람이 가장 많았지만, 장발에 청바지를 입고 온 자유로운 무슬림도 눈에 띄었다. 여성들은 얼굴, 손, 발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히잡으로 가리고 예배당에 나타났다. 여성 무슬림들이 기도를 드리는 공간은 칸막이로 나눠져 있었다.

예배 시간인 9시가 되자 이슬람 예배 인도자 '이맘' 역할을 맡은 누르 원도(36) 씨가 마이크를 잡고 시작 기도를 올렸다. 이어 모든 참석자들은 그를 따라 기도를 드렸다. 손가락 끝이 양쪽 귓볼에 닿을 정도로 두 손을 올렸다가 내리며 "알라후 아크바르"(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십니다)라고 외쳤다. 손을 올린 뒤에는 두 손을 엇갈리게 해 가슴에 얹고 반절을 했다. 이어 두 손을 무릎에 올리며 반절을 했고, 이마와 코가 바닥에 닿도록 완전히 엎드렸다. 1천여 명의 참석자들은 마치 한몸인 듯한 동작으로 예배를 이어 갔다.

어디에나 지각생이 있는 법. 예배를 시작한 지 20~30분이 흐른 뒤에야 허겁지겁 예배당으로 뛰어 온 사람들도 꽤 보였다. 주최 측은 따뜻한 미소로 이들을 맞았고 예배는 흐트러짐 없이 이어졌다.

1시간 정도의 예배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주변 쓰레기들을 치웠다. 이들은 인근에 있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센터로 향했다. 모두 공장이나 회사에서 허가를 받고 예배에 참석했지만, 사업장에 따라 예배만 마치고 복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슬람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메뉴는 두부 안에 채소를 넣고 튀긴 '다후고랭'과 빵, 1년에 한번 이드 알 피트르 때에만 먹는 카레였다. 모두 한가족인 것처럼 풍성한 식탁을 나누는 자리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나누는 것에 익숙한지 기자에게도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는 따뜻한 인심을 보였다.

이슬람센터의 사로마트(34) 대표는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하는 데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금식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고 오히려 기쁨이 넘친다. 라마단을 잘 끝내고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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