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으러 가자" 인적 드문 곳 유인
미리 준비한 흉기로 처참하게 살해
동업 학교 동창생 불러내 도움 요청
사체 훼손 후 낙동강변 둔치에 묻어
아무일 없는 듯 음식점 열어 영업도
주범 "가족들에 사죄" 뒤늦은 후회

지난 1일 오후 10시께 김해서부경찰서에 실종신고가 걸려 왔습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데다 연락도 되지 않는다"는 A(45) 씨 부인의 전화였습니다.

김해서부경찰서는 곧바로 실종된 A 씨 휴대폰의 기지국 위치 추적을 통해 창원 대산면 한 공터에서 그의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내부 곳곳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단순 실종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혈흔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했습니다. 분석 결과 혈흔은 A 씨의 것과 일치했습니다. 경찰은 차량이 주차된 공터 인근 상가와 그가 운영하던 식당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용의자가 나타났습니다. A 씨와 식당을 동업하던 B(45) 씨였습니다.

▲ 토막살인극의 주범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행을 뉘우친다"고 말했다.

B 씨는 A 씨 실종 이후 식당 문을 닫고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그를 추적해 사흘만에 대전에서 붙잡았습니다. 동시에 A 씨의 사체를 찾기 위해 경찰관 등 800여 명을 동원해 대산면 일대 폐가와 모텔, 낙동강변 등을 수색했습니다. 경찰은 B 씨를 추궁한 결과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주먹과 발로 때려 A 씨를 살해했고, 혼자 사체를 낙동강에 버렸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결국 C 씨가 공범이라는 사실도 고백했고, 사체를 묻은 곳도 털어놓았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사체는 토막난 채 낙동강변에 묻혀 있었습니다.

A 씨에게는 어린 두 자녀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아버지가 살해된 사실도 몰랐습니다. 경찰은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토막살인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주범인 B 씨와 공범인 C 씨는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7~8년 전 사회생활에서 알게 된 A 씨와 1년 전부터 식당과 사채업을 같이 했습니다. B 씨는 "다른 사람에게 사채를 놓겠다"며 A 씨로부터 1억 원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매달 이자만 지급해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빚은 3억 원으로 불어 났습니다. 그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B 씨는 C 씨에게 "A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C 씨도 A 씨에게 3천만~4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빚을 갚지 않을 경우 동업했던 식당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 범인들이 A 씨를 살해한 차량.

B 씨는 "빚을 받으러 가자"며 지난달 30일 오후 8시 40분께 인적이 드문 대산면의 한 주차장으로 A 씨를 불렀습니다. 그는 A 씨와 다투다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A 씨를 찔러 살해한 뒤 도와달라며 C 씨를 불렀습니다. 그는 자신의 트럭에 A 씨 사체를 싣고 범행현장에서 3㎞ 떨어진 강변 둔치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사체를 토막내 강변 둔치에 암매장했습니다. 그 사이 C 씨는 A 씨의 차량을 다른 곳에 숨겼습니다.

다음날 해가 밝자 두 사람은 알코올을 준비해 트럭에 묻은 혈흔을 지웠습니다. B 씨는 오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음식점 문을 열었습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A 씨의 차량을 놔둔 곳에 가서 차량에 묻어 있던 자신의 지문을 지웠습니다. 이어 경찰의 수사를 피해 지인이 살고 있는 대전으로 도주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B 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깊이 뉘우친다"며 통곡했다고 합니다. 그는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A 씨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힘내서 잘 살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때늦은 후회를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A 씨 가족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B 씨는 살인 및 사체은닉, C 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습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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