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기쁨, 울부짖는 절규, 삶의 좌절과 비애, 인간의 고독, 간절한 갈망. 무대 위의 그는 더 이상 모델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선 속에서 어쩌면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 한줄기 빛 속에서 외로이 춤을 추는 그의 몸짓에서 삶의 애환과 회한이 보였던 건, 가느다란 현의 울림으로 다가온 건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작가와 대상과의 내재적 공명을 경험하게 하여 준 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오상문사진전 '내재적 공명'에 쓴 작가의 말.

고교 1학년 때 카메라와 첫 인연
생업하면서 틈틈이 사진도 공부
옥맹선 작가로부터 전문교육 받아
2008년부터 누드사진 매력에 빠져
후배와 함께할 작업실 만들고 싶어

사진작가 오상문(56) 씨의 작업실은 생림면 장재로 282에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동 2층에 업무실 겸 작업실이 있다. 오상문이 카메라와 장비 상자를 열어 보이며 말했다.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암실과 현상실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찍어 온 사진들을 살펴보고 정리를 하지요. 제가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0여 년 남짓이에요. 사진가의 작업실이라기에는 좀 허전해 보이나요?"

그가 찍은 누드 사진들이 벽면에 세워져 있거나 상자 안에 담겨서 작업실 한 쪽에 놓여 있었다.

오상문은 1959년 경남 산청 금서면에서 태어났다. 그가 돌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는 손주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을 데리고 진주로 이사를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진주에서 살았다.

그가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진주기계공고를 다녔어요. 물리 수업시간에 사진 현상을 배웠지요. 학교에 암실, 현상실이 있었어요. 그 시절에는 카메라가 좀 귀했죠.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렸어요. 아사히펜탁스라는 일제 카메라였지요. 그걸 들고 통영시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어요. 사람이 끄는 손수레보다 훨씬 큰 우마차에서 자는 사람, 아마 일하다가 지쳐서 그 위에서 자고 있었나 봐요, 그 사람을 찍었어요. 그 사진을 친구와 나란히 사진 공모전에 냈지요. 개천예술제 안에 사진 공모전이 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해요. 그런데 그 공모전에서 친구가 금상을 받고, 제가 입선을 했습니다."

학생이라서 사진 구도, 기법을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막 찍었다. 처음 찍은 사진이고, 흑백사진이었다. 학교 현상실에서 현상을 했다. 상을 받긴 했지만 자신은 입선이고 친구가 금상이어서 친구가 부러웠다. 친구는 학생부 트로피를 받았다. 트로피는 학교 로비 진열장에 전시도 됐다. 친구는 지금은 사진을 안 찍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민을 갔다. 사진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후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카메라가 없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그러는 동안 사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2006년에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천의 수문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전국의 하천을 다녀야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찾아갈 수 없는 장소,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 등을 다니면서 그곳의 풍경들이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지요. 사진을 배워서 그 풍경들을 찍고 싶었습니다. 카메라를 구입해서 찍기 시작했어요. 책도 사 보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찾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인터넷 사진동호회에도 가입했죠."

오상문은 사진동호회에 사진을 올리고 회원들이 올린 댓글을 읽으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그러면서 사진에 점점 빠져들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했다. 그렇게 활동하는 동안 김해에 살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댓글을 통해 알게 됐어요. 이런 식이죠. 누군가 사진을 올렸는데 '여기, 연지공원이죠?' '이곳은 분산성이군요' 하는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틀림없이 김해사람이었어요. 같은 지역에 사니까 인상적인 장면을 찍은 사진을 서로 알아보는 거지요. 그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김해사진클럽'을 결성했어요. 제가 초대회장을 맡았지요. 당시 저의 닉네임은 처음에는 '워터게이트', 나중에는 '유하'였어요. 하천 수문 관련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닉네임을 정했던 거지요."

김해사진클럽은 2007년 칠암문화센터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다들 아마추어였지만, 지인들을 통해 사진작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수익금은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 그런데 점점 일이 바빠져서 김해사진클럽과 멀어지게 됐다.

사진클럽 활동은 못했지만,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틈이 날 때마다 계속 촬영을 다녔다. 그러던 중 진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진주에 좋은 사진 선생이 있으니 함께 사진을 배우자"고 연락이 왔다. 친구들은 옥맹선 작가 문하에서 1년째 사진을 배우고 있던 터였다. 옥맹선은 일출을 위주로 한 풍경 등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사진을 찍는 작가로, '공점포토'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었다.

오상문은 공점포토에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 옥맹선의 지도를 받았다. "옥맹선 선생이 사진을 계속 찍으려면 한국사진작가협회 가입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해 줬어요. 협회에 가입하려면 공모전에서 입상을 해 규정된 입회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협회 가입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07, 2008년 두 해 동안 약 200여 곳의 공모전에 작품을 냈어요. 작품을 낼 때 A3 크기로 내는데 한번 낼 때 4장씩 냅니다. 200여 곳에 냈으니 400장을 냈고, 실제로 찍은 사진은 수십 배이겠죠. 2007년 입회점수를 다 채웠지만 공모전에 계속 참가했어요. 원로작가들도 만나고, 사진작가들과도 만났죠. 그 과정 전부가 공부였습니다."

오상문이 누드사진을 처음 찍은 것은 2007년 어느 날이었다. 공점포토 회원들과 함께 고성의 한 무인도에 누드 사진 촬영을 간 것이 누드사진과 만난 첫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대기가 좀 부끄러웠다. 옥맹선이 모델에게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고, 회원들에게는 노출이나 각도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따라 그저 촬영을 할 뿐이었다.

오상문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에 이어 2008년에 한국누드사진협회 경남지회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누드사진의 매력을 물어보았다. "일반사진은 피사체가 다양합니다. 누드사진은 모델이라는 단일 피사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에 따라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같은 모델이라고 해도 여러 명이 함께 촬영을 하니 사진작가가 서 있는 위치, 모델과의 거리와 각도, 카메라 조작기술, 기법에 따라 각기 다른 사진이 나오지요. 누드사진 촬영은 모델 섭외는 물론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것인가 하는 것까지 계획을 짜서 이루어지는 기획촬영입니다. 누드라는 특성상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촬영이 아니지요."

일반인들을 위한 세미누드 촬영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그런 대회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원하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고 한다. "마치 행사사진을 찍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누드사진을 촬영할 때는 동료작가들과 함께 기획을 해서 촬영을 합니다."

오상문은 지난해 10월 김해예총 전시실에서 '오상문 개인전-내재적 공명'을 열었다. 11월에는 같은 사진으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그룹전 '더 누드 10인전'에 참가했다. "무용을 전공한 전문 누드모델을 촬영 했습니다. 촬영을 마친 후 사진을 봤어요. 그동안 누드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이번 사진에는 모델의 고뇌와 감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이라면 전시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시회를 열었지요."

'내재적 공명'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인간의 육체는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게 느껴진다. 육체의 선보다는 피사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사진이다. 오상문은 그리하여 이 사진전 때 앞에서 소개한  '작가의 말'을 썼던 것이다.

오상문은 "내게 사진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경험, 배우고 시도하는 그 과정에서 정체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지요. 생활의 활력소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만난 동료와 지인들이 한 둘 씩 은퇴를 하고 있어요. 저도 현직에서 물러날 때가 머지않았습니다. 그때가 오면 아프리카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 함께 사진을 찍을 비장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리고 전시공간을 하나 가지고 싶어요. 1993년부터 김해에서 살고 있으니 이젠 김해가 저의 고향이나 마찬가집니다. 저도 후배들도 편하게 사진을 작업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김해에 꼭 만들고 싶습니다."  

≫오상문/사진작가.
한국사진작가협회·한국누드사진협회 회원, 대한민국누드사진대전 초대작가, 공점포토 회원. 개인전 '내재적 공명', 그룹전 '더 누드 10인전', 공점포토 '자연의 신비'전, 한국누드사진협회 경남지회 회원전, 한국사진작가협회 김해지부 회원전 등 전시회 20여 회.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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