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가 지난 11일부터 10박11일간의 일정으로 김해지역 11개 업체로 구성된 시장 개척단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파견했다. 사진은 기업체 관계자들이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해시가 지역 중소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하는 해외시장 개척단의 실적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발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김해시 해외시장 개척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김해지역 한 중소업체 대표는 "'바이어와 단 하루 상담하고 어떻게 구매금액까지 적어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동행했던 공무원이 '상담액수를 실적으로 적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바이오업종인데 상담장에 나타난 바이어들은 모두 기계분야라서 아예 상담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김해시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경비 줄이려 바이어 발굴 대충

업종 다른 '미스매치'도 많아, 준비 부족 탓 수출성사 어려워

예산집행 관리·감독 기능 없고 시는 차기 예산 위해 부풀리기

해외시장 개척단에 참가한 업체들은 김해시의 실적 부풀리기는 소홀한 바이어 발굴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바이어 발굴은 현지 사정에 밝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맡아 진행하지만, 최근에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일반 무역회사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바이어들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렵게 상담을 진행해도 실제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해시는 수출상담 이후의 모든 업무 진행은 KOTRA 직원이 담당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KOTRA는 현지 바이어와 시장개척단을 연결하는 매개역할은 맡고 있지만 세부적인 수출 업무는 각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KOTRA 지역협력팀 최원경 차장은 "시장 개척단에서 수출상담을 진행한 업체는 3개월 간 지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자체와 업체들이 마케팅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해시가 무리하게 해외시장 개척단의 실적을 부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개척단을 파견하고 일정수준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차기 시장 개척단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이번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하면서 자동차 부품과 같은 정밀기계업체들로 구성된 업체들을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정밀기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화장품 판매업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시는 또 이번만큼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개척단 참가 업체와 현지 바이어의 업종이 다른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문제는 공무원들이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을 단순 '외유성'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해시는 지난 2007년 시장개척 업무와는 무관한 시장과 시의장 등 고위공무원을 시장개척단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담당 공무원이 모자라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업체들로부터 돈을 거둬 사용하다 적발돼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공무원은 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을 고위공무원들의 관광경비와 만찬경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예산낭비가 사업 초기부터 관행으로 굳어져 담당공무원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더구나 예산집행의 적정성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기능도 없다.

아울러 매번 똑같은 업체들만 시장 개척단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다. 김해지역에 6천30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업은 50개도 안 된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은 일정 규모와 경험, 사장의 마인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신규 업체를 개척단에 참여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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