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주로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실어 놓은 책이다. 정자(程子)는 "논어를 다 읽은 뒤에 전혀 아무런 일이 없는 자도 있으며, 읽고 난 뒤에 한두 구(句)를 터득하여 기뻐하는 자도 있으며, 다 읽은 뒤에 좋아하는 자도 있으며, 다 읽은 뒤에는 곧바로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자도 있다"라고 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전혀 무사(無似)한 사람이었다. 내게 <논어>는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강독이고 학습이었다. 반복된 논어 학습은 나의 교직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불같은 성격이 조금은 가라앉고, 남 탓만 하던 성격이 조금은 남을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가르치는 즐거움에 이어 배우는 즐거움 또한 깊이 느끼게 됐다. 독서를 하고 감명을 받았다는 말은 오히려 소극적인 표현일지 모른다. <논어>는 정신적이고 행동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공자를 만나러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곡부·曲阜)를 세 번이나 방문했다. 취푸에는 공 씨들이 많이 살고, 종가인 '공부'와 공 씨들의 세계적 공동묘지인 30만 평의 '공림(孔林)'이 있다. 공자 묘 앞에 세 번이나 서게 된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논어>에 나오는 문장을 한·중·일의 저명한 서예가들이 쓴 작품 300여 점을 비(碑)에 새긴 '논어비림'은 서예를 가르치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감격이었다.
 
<논어>는 그냥 읽어서 될 책이 아니고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책이다. 그래야 소화가 잘 되고 피와 살이 된다. 그냥 주마간산 격으로 읽으면 책을 덮자마자 모두 설사를 해 버리고 아무런 영양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논어>를 읽고 있다. 반복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 깨달았다고나 할까.
 
<논어>를 주제로 하는 책들이 수없이 시중에 쏟아져 나와 있다.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전통문화연구회에서 나온 <논어집주>를 권하고 싶다. '진영문화의집'에서 <소학> 강의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논어>를 강의할 생각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논어> 강독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물론 아는 만큼 느낀 만큼밖에 전달하지 못하겠지만…. <논어>는 인류가 낳은 가장 훌륭한 책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고전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김해뉴스
>>이성곤/2013년 2월 교직에서 은퇴. 현재 김해선면작가협회장, (사)한국서가협회 김해지부장, (사)한국추사체연구회 초대작가 및 고문, 창원한문강독회장. 서예 및 한문강의(진영문화의 집, 김해내외문화의 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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