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부절 못해 손발 땀나고 배도 아파
힘 들어간 어깨·움켜쥔 손 풀어줘야

보통 우리가 느끼는 감정 상태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불안이 아닐까요? 분노, 슬픔, 우울 등의 감정 상태도 힘이 들지만 불안에 빠지게 되면 순식간에 이성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불안은 가족의 안위와 관련된 것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들어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연락도 안 됩니다. 이 경우 안절부절 못하면서 신체적인 증상까지도 확연히 느낍니다. 가슴이 뛰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며, 손발에서는 땀이 나고 갑자기 배도 살살 아프기 시작합니다.
 
머리는 '아마 사고가 난 게 아닐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이 없어' '혹시' 하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생각의 지배를 받게 되고, 계속 부정적인 각본을 쓰게 됩니다.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절부절 못하고 집안을 서성이면서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를 못하게 되고, 좀 더 불안이 심해지면 누군가에게라도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불안을 견디는 시간이 잠깐이든 아니든 견뎌야 하는 사람은 거의 초죽음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불안을 다루기 위해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어기제가 있다면 그건 투사입니다. 투사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부적응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상대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네가 조금 더 일찍 전화를 하면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는데…" 하는 것입니다.
 
불안이 나의 내면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면서도 불안을 다루는 게 내 능력 밖이라 여기고 모든 책임을 제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을 하지 않은 상대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어 온 가족에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합리화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속을 썩이는데 화를 안낼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게 논지가 됩니다.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심하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를 내거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도 불안을 다루는 방법이 있을까요.
 
먼저 자신의 신체감각을 인지합니다. 심장의 박동, 근육의 긴장, 손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 식은 땀, 입안이 마르는 느낌 등을 관찰합니다.
 
다음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인지합니다. '아, 내가 불안을 느끼고 있구나' '혹시 사고라도 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라는 점을 알아차리게 되면 훨씬 불안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심호흡을 천천히 여러 번 하면서 이완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힘이 들어간 어깨나 꽉 움켜진 손을 편하게 풀어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내가 예상하는 대로 가장 나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불안해 하거나 힘들어 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나? 아무 일 없이 가족이 돌아온다면 그간 내 걱정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내 걱정과는 상관없이 모두 무사하게 귀가했고, 나를 배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화를 낼까 두려워서 혹은 바빠서 연락이 늦었던 때가 더 많았다.'
 
물론 이렇게 생각한다고 단 한 번에 불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안이 뱃속 어디에서 스멀거리며 자리를 잡으려 할 때마다 떠오르는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이 걱정이 해결될 일이라면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고, 해결이 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해도 소용이 없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 구절을 생각하면 일상의 작은 불안은 대부분 조용히 물러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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