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물러설 곳이 없고, 관객은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극장이 있다. 지난 5월 14일 하이너 뮐러 작 '햄릿기계'를 공연하며 개관한 생림면 도요스튜디오극장이 그렇다. 스튜디오 스타일의 이 극장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는다. 극장 전체가 무대이고, 무대 안에 객석이 있다. 다른 극장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배우는 관객이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에 있다. 대사를 하는 사이사이 호흡이 들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보일 정도다. 물러설 수 없는 배우와 한 눈 팔 수 없는 관객의 맞대결이 벌어지는 무대이다. "무서운 극장이지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말이다.

극장 전체가 무대이자 객석 형태
이윤택 감독 "무서운 극장이죠"
실험적이고 대중적 작품 공연
웹진 도요아트컴도 내달말 창간

이런 형태의 극장은 우리나라에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극장, 용인대학교 대학극장 등이 스튜디오 스타일의 극장이다. 남아프리카, 폴란드, 헝가리 등의 국가에 이런 스타일의 극장이 많은데 '오프(OFF) 브로드웨이 극장'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브로드웨이는 거리구역을 가리킨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거리에는 뮤지컬을 비롯한 쇼 관련 극장이 많고, 부근에 극장가가 많아 이 지역을 브로드웨이라고 부른다. 브로드웨이는 미국 연극계와 실질적인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중심가에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은 '브로드웨이', 한 블럭 떨어져 일반 연극을 공연하는 '오프(OF) 브로드웨이', 조금 더 떨어져 실험극을 공연하는 '오프(OFF) 브로드웨이', 중심가와 멀리 떨어진 아마추어 극장을 '오프(OFFF) 브로드웨이'라 한다.
 
새로운 형태의 극장에서 실험극 '햄릿기계'를 관람한 원미진(여·27·삼계동) 씨는 "연극 내용은 파격적이어서 색다른 햄릿을 보았고, 무대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었다"며 감상을 표현했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끌어가는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장은 부산 가마골 소극장, 서울 게릴라 극장, 밀양 연극촌으로 흩어져 있다. 김해 도요극장에서 그 공연장에 올리는 모든 연극을 연습하고, 초연할 계획이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공연을 올린다. '햄릿기계'처럼 실험적인 연극과 도요마을 할머니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연극을 번갈아가면서 공연한다. 6월 11일에는 '탈선 춘향전'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다문화가정, 노인계층, 외국인근로자 등은 무료입장으로 초청한다.
 

▲ 도요 창작스튜디오 내의 도서관.
우리민족의 마당극판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도요스튜디오극장이 개관함으로써 도요 창작스튜디오는 처음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윤택 감독과 화가 주정이 씨, 최영철 시인이 주축이 되어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연 도요창작스튜디오(1천600평 규모)는 문화예술인들이 살고 있는 공간 '도요림'과 함께 스튜디오극장과 도서관, 도요출판, 웹진 도요아트컴, 부속실을 갖추게 되었다.
 
웹진은 '삶, 자연, 예술을 보는 창'을 표방하며 오는 6월 10일 창간된다. 연회비 1만원을 내고 웹진을 구독하면 도요출판사에서 발행한 책과 연극 티켓을 제공받는 혜택이 돌아온다. 약 1만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도 개방할 예정이다. 인근에 있는 4대강 공사현장의 상황이 마무리되어 접근성이 좋아지면 지역민들과 일반인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게 된다.
 
연희단거리패의 큰 연중행사인 밀양연극축제가 8월경 마무리되면, 지역공동체이자 예술공동체, 그리고 창작공동체를 꿈꾸고 실천하는 도요의 가을 행사는 더 풍요로워진다. 최은희(경성대 무용학과 교수) 씨, 주정이 씨, 최영철 시인 등 도요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미술, 문학, 전시예술, 공연예술을 망라한 종합 문화행사가 마련된다. 경전철 운행이 시작되면 도요에서도 행사가 있는 날에는 삼계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공연 및 행사문의 070)4148-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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