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섭·금해변호사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선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 모(77) 씨가 조 모(53) 변호사를 상대로 '성공보수 1억 원을 포함해 변호사 보수로 지급한 2억 3천여만 원을 돌려 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성공보수금 1억 원은 과다하므로 4천만 원을 돌려주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나 보석 석방, 집행 유예, 무죄 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형사 절차는 판사와 검사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어 변호사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라는 결과를 거두기 어려운데도 성공보수금을 주고 받게 되면 정당한 결과마저 다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했을 것이지만,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게 대법원 판결을 비판해 보고자 한다.
 
먼저, 변호인이(형사사건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한다) 성공보수로 1억 원 이상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은 거액의 성공보수 약정이 이뤄진 사건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위 성공보수 약정이 매우 부당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1억 원을 성공보수로 약정할 수 있는 변호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변호사의 보다 기본적인 역할은 의뢰인을 위해서 변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정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불리한 변론을 행할 수는 없다. 변호인은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자를 위해서도 변론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 변론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는 항상 같은 길을 가지는 않는다.
 
또한 변호인의 역할을 공공성에서 찾는다면 모든 변호인을 국선변호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정액의 보수만이 지급되는 국선변호를 사선 변호인처럼 열심히 할 변호사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성만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변호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형사절차에 있어 변호인의 역할을 낮게 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를 위해서는 검사가, 피고인을 위해서는 변호인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옳고 그름은 판사가 판단해야 한다. 위 삼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사법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형사절차에서 검사와 판사의 역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나 보석 석방, 집행 유예, 무죄 판결 등을 받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역할이 매우 크다. 검사는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제출하지 않고, 판사는 통상적으로 증거기록에 편철된 자료만 본다. 피의자나 피고인을 위한 변호인의 노력을 통해 의뢰인이 부당한 구속에서 벗어나거나 무죄 판결이 나올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호인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성공'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변호인이 과도한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성공보수 약정을 무조건 무효라고 한다면 앞으로 착수금이 높아지거나 이면 계약을 통한 성공보수 약정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처럼 변호인의 공공성을 강조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한다면 국선변호사 제도의 개혁 등을 통해 적절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변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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