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나는 작은 것 하나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느끼곤 한다. 언젠가 생일 선물로 받은 정호승 시인의 시집 <수선화에게>는 나를 며칠이나 울게 했다.
 
사십 대에 금란지교 같은 친구가 있었다. 친구가 아플 때나 힘들 때나 진심으로 함께 울고 웃었고, 또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려운 일이 생겨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거절을 했다.
 
이태백은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 때에 비로소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고 했다. 허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즈음 아픔을 달래준 것이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의 첫 구절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임을 뒤늦게나마 알게 해준 이 시는 나의 애송시가 되었다.
 
그 후 어느 회식 장소에서 한 잔의 취기를 틈타 주저 없이 '수선화에게'를 울먹이며 낭송 했다. 그 순간 박수와 환호가 대단했다. 그때 시 낭송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는 것을 느꼈다.
 
5년 전에는 내가 맡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벨라회'가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 낭송단을 만들었다. 시 낭송의 대가로 알려진 김미정 씨를 어렵게 모셔서 지금까지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발음과 사투리가 걸림돌이 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는 끝없는 에너지를 주었다. 포기보다 용기가 더 앞섰고, 이제는 전국 시 낭송대회에 참가해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취미로 시작한 모임은 지역 문화예술의 길잡이가 됐고, 취미활동의 수준을 넘어 전국 대회에서 수상하는 회원들도 있다.
 
시를 노래하는 사람은 마음이 부드럽고 가슴이 온유하다. 아름다운 시어들이 사람의 품성과 문화를 바꾼다는 것을 확신한다.
 
내 차 안에는 항상 시집이 몇 권이 있다. 이 시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김해뉴스
김경희
가야예술문화진흥회 회장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