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외국인력지원센터에 개관
'다문화도서관'서 작년 명칭 변경
15개 나라 도서 등  4천490권 소장

경남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는 바로 김해다. 김해를 '다문화의 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해시는 2007년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한 이후 도서관 인프라를 확대해 갔다. 이 과정에서 점점 늘어나는 외국인들의 정보 욕구를 해결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기 위한 다문화 도서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김해시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합쳐 김해글로벗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김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여성 등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도서관이다.
 
김해글로벗도서관은 2009년 10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6층에서 문을 열었다. 개관 6주년을 맞은 지금은 외국인들과 김해시민들의 문화 교류,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정명희 센터장이 관장을 맡고 있고, 김아림 씨가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도서관의 첫 이름은 김해다문화도서관이었다. 지난해 2월 '외국인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름을 새로 공모했다. 전국에서 총 401건이 접수됐다. 인천에 사는 최정우 씨의 '글로벗'이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그래서 김해글로벗도서관이라는 새 이름이 탄생했다. '글로벗'은 '글로(책으로) 벗이 되는 도서관'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친구'라는 뜻도 담고 있다.
 

▲ 김해글로벗도서관 김아림(오른쪽) 사서와 김티탄나 씨가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글로벗도서관은 면적 178㎡로 작은 도서관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개관 당시에는 보유 장서가 9개 나라 2천여 권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 6월 기준으로는 15개 나라 4천490권에 이른다. 이곳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자료실, 위성TV가 설치된 북카페, 그리고 정보검색대가 있다. 자료실 내부의 한쪽 벽면은 무대형으로 꾸며 어린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열람석에는 1인용 의자 18개와 무대형 공간의 바깥 좌석 10개가 있다. 휴게공간 역할을 하는 북카페에는 잡지서가, 신문열람대, 5개국 50여 개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위성TV가 설치돼 있다. 열람·휴게용 1인용 의자 16개도 있다. 정보검색대에는 PC 4대가 있다. 도서관 소장 자료 및 인터넷 정보 검색용으로 한 대씩 배치됐고, 나머지 두 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자유 이용 PC에는 화상캠과 헤드셋이 갖추어져 있어 음성·화상 채팅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북스타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하는 것이다. 책 꾸러미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우즈베키스탄어·캄보디아어·몽골어·태국어가 병기된 책과 그림책 1권, 손수건, 북스타트 안내문이 들어 있다. 북스타트 후속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육아 지원 운동인 북스타트 데이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류한다. 도서관에 직접 가기 힘든 가정을 위해 '찾아가는 다문화 북스타트'도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방문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도 인기다. 2013년부터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문학동아리 '나도 꽃'을 운영하고 있다. 시를 통해 문화를 공유하면서 교류·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인 애송시를 낭송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은 물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 '나도 꽃'은 문학의 밤 행사를 열기도 한다.
 
지난 4월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동아리도 새로 시작했다. 좀 더 쉽게 책과 친해지면서 한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그림책 동아리 '그림책it(잇)수다'이다. 한국 그림책을 통해 쉽게 한국어를 익히고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각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동아리다. 그림책으로 접근하는 재미있는 수업이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반응이 좋다.
 
외국인들은 주로 주말에 도서관을 이용한다. 평일에 취재를 간 터라 외국인을 만날 수 없어 조바심을 치고 있는데, 마침 김티탄나(26·베트남) 씨가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 그는 "김해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강사를 하고 있다. 베트남 문화를 가르친다. 캄보디아 문화 관련 자료가 있는지 보러 왔다"며 활짝 웃었다.
 
김해에 온 지 3년이 됐다는 김티탄나 씨는 2014년부터 도서관에 다녔다. 그는 "장유에 살고 있다. 그곳에 있는 공공도서관이 더 크지만 다문화 관련 도서는 글로벗도서관에 더 많다. 고국의 책이나 한국어 교육서적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온다. 다른나라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고 한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다문화도서관이 있어 고맙다"고 덧붙였다.
 
김아림 사서가 도서 14권을 들고 왔다. 그는 "한 네팔인이 귀국하기 전에 '김해의 네팔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증하고 간 책이다. 네팔인들은 '이렇게 좋은 네팔 책을 김해에서 볼 수 있다니'라며 무척 좋아한다. 기증 의사를 밝힌 다른 외국인들도 있다. 다른 나라 출신 이용자들도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서는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외국인들에게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회사를 쉬는 일요일에 외국인 이용자가 가장 많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느라 피곤할 텐데,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우러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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