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형(有形)의 사물은 제각각 모양을 가지고 있다. 빛과 열, 파동, 소리 등은 무형으로 존재하니 형태가 없고 에너지 형태로 존재하지만 유형으로 드러난 사물들은 상하, 표리(表裏), 좌우, 경중(輕重) 등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부를 보아 하부를 추측할 수 있고 겉모양을 보아 속모양의 모양새도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릇을 보면 그릇의 내부 형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내외의 기운과 모양은 상통하는 것이다. 이를 내외상통(內外相通)이라는 문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내(內)가 본(本)이라면 외(外)가 말(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 본과 말은 상통하여 이어져 있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생명이 없는 사물이든 형태가 있다면 이러한 속성을 피할 수 없으니 상리(相理)를 연구하는 사람은 꼭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식물을 관찰할 때 흙에 묻혀있는 뿌리를 관찰할 수 없더라도 잎의 끝이 마르고 있다면 뿌리의 기운도 일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을바람이 서서히 불어서 잎이 마르고 낙엽이 서서히 질 때 그 나무에 다다른 기운이 봄과 여름의 그것과 다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봄과 여름처럼 나무의 생장에 좋은 계절임에도 잎의 끝부분이 마른 상태의 나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기운 작용과 다른 흐름이 그 나무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의 기미를 살피고 미래의 모양을 추측함에 있어서 뿌리와 줄기와 가지를 살피는 일도 긴요한 일이지만 끝자락 나뭇잎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싹수가 노랗다'는 표현을 가끔 들을 수 있는데 일의 시작부터 그르친 모양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뜻한다. 다들 알고 있는 표현이라 중언부언이 필요 없을 것이다. 좋은 기운이든 나쁜 기운이든 본에 감추어져 있더라도 말에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사람이 어떤 시기에 가진 기운을 분석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기준을 기왕의 글에서 소개, 설명하였는데 이번 글에서는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본과 말'에 관한 기준이 되겠다. 사람의 몸 내부에서 오장육부의 기운이 외부로 드러난 주된 부위가 얼굴인데 팔과 손, 다리와 발이 그 다음이 되겠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이 드러나 있지만 시시각각 감정과 행위의 변화를 거치면서 왜곡이 잘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지엽에 해당하는 팔과 손, 다리와 발은 수시로 발생하는 변화에 대하여 완충 작용을 거치면서 천천히 그리고 뚜렷하게 보여주는 속성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재채기를 한번만 하여도 얼굴 전체의 색깔이 변하게 되고 코를 풀어도 코나 안면의 색깔이 변하게 되니 안면 찰색이라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일인지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왜곡이 있을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뿌리를 손상하여도 나뭇가지의 잎이나 꽃이 당장 말라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잎이 마르게 되는데 잎이 마른 것을 보면 자연 뿌리의 손상을 확신할 수 있다. 내부의 기운 변화가 외부나 말단에 당장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기운의 연결 과정을 거치게 됨을 알 수 있다. 시간의 왜곡을 전제하면서 말단을 관찰하는 것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의 얼굴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으니 실제 연습을 해 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찰색도 여의치 않고 모든 면이 복잡하기만 하다면 팔과 손, 손금, 다리와 발, 족문(足紋) 등을 관찰하는 방법을 통하여 검증을 해 보시길 바란다. 나무의 몸통과 가지의 기운을 관찰하기 어렵다면 나뭇잎을 통해서 분류해보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되겠다. 
 
다음 호에는 수상(手相), 족상(足相)의 세계로 함께 달리시길 기약하며 글을 맺는다.

 



김해뉴스
박청화 청화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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