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편해문 글·사진
소나무/281쪽
2만 8천 원

'안전' 강요하는 획일·상업적 시설
 도전·위험 맞서야 진정 행복한 놀이

놀이터가 위험해야 안전하다고? 무슨 말인가 하며 책을 들었다. '과잉보호에 내몰리는 대한민국 아이들을 위해'라는 부제목이 보인다. 놀이활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편해문 씨의 책이다. 그는 평소 "실컷 놀면서 지낸 어린 시절은 평생 큰 자산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 책을 보는데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하나는 몇 년 전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 '기적의 놀이터'를 진행하던 편 씨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그는 "놀지 못하도록 억압당한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문제들은 그 부모가 감당하게 되고, 가장 심각한 후유증과 피해는 아이가 겪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사람들은 나의 유년시절을 '독재정권 시대'라 불렀다. 그러나 그 독재정권도 어린 나의 놀이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민주화됐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의 놀이를 억압하고 방해하고 획일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몇 년 전 김해도서관에서 열린 '농부철학자' 윤구병 씨의 부모교육 특강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는 그날 많은 부모들에게 "해가 지니 그만 놀고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할 때까지 실컷 놀아본 어린 날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손을 들었다.
 
윤 씨는 "그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하다. 자신은 그렇게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왜 당신들의 자녀들은 실컷 놀게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기 바란다. 그래야 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다.
 
책에는 편 씨가 독일의 놀이터 디자이너인 귄터 벨치히를 만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귄터는 1968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라는 고민 끝에 놀이터와 놀이기구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는 편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학교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돌보는 독일의 한 학교에서 귄터에게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학생들에게 어떤 놀이터가 좋을까 고민하면서 학교 측 이야기를 들었더니, 아무래도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것 같았단다. 놀이터에 올 학생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구한 귄터에게 학교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놀이터가 아니라 좋아 보이는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었다. 눈에 띄고, 색채가 다양하고, 로맨틱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편 씨는 책에 이렇게 썼다. "귄터는 '놀이터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세스'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국의 놀이터 붐 현상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놀이터를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 프로세스는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편 씨는 이렇게 묻는다. "왜 대한민국 도시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한 회사에서 만들어 공급한 것 마냥 똑같지? 왜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지? 왜 돈을 주고 실내 놀이터에 가서 놀아야 하지?"라고. 그는, 놀이터의 주인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아니라 어린이, 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어른들은 혹시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라고 정해둔 일정 지역 안에서 놀아라', '이런 놀이기구를 활용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닐까. 이 책은 도전과 위험이 없는 놀이터가 어린이들에게 정말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터'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는 어른의 눈으로 볼 때 '안전해 보이지 않는 놀이터'에서 활짝 웃으며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며 놀고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어른들에게 묻는다. 안전한 놀이터는 무엇이냐고. 당신들은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놀았느냐고.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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