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미운 네 살, 좋은 성장의 증거
 처벌·명령으로 통제 말고 자율권을

"싫어, 안 해"를 입에 달고 사는 내 아이를 보다가 말 잘 듣는 옆집 아이를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옆집 아이 엄마는 어떻게 교육을 시켰을까, 어떤 복을 타고 났기에 저런 아이를 자식으로 두었을까, 궁금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순종적인 아이라고 해서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통제에 길들여진 '착한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주도적으로 일을 해 봤자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에 누군가가 시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겉으로는 순종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부러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미루거나, 잘할 수 있음에도 실패하는 모습을 통해 공격성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3~7세는 아이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싫어"라는 표현은 '미운 세 살'이 시작됐다는 징조가 아니라 '잘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이때 보상이나 처벌, 명령으로 아이를 통제하면 당장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행동이 됩니다.
 
자율성은 몰입 능력, 리더십, 회복 탄력성, 자존감 등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능력입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할 때 몰입은 더 잘 이루어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판단력에서 리더십은 발휘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성을 발휘할 때 아이는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율성을 길러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성을 키워 주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몇 가지만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율성의 3단계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난감 정리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먼저 장난감 정리가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 후에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 있고, 그럼 나중에 가지고 놀 수 없게 돼." 이어 싫다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줍니다. "그래. 귀찮을 수도 있지." 마지막으로 권유하고 선택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는 진심으로 위로를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작은 일에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간식을 먹고 놀래, 놀고 와서 간식을 먹을래?" "엄마를 도와 줘. 수저를 놓을래,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낼래?" 아이가 두 가지 모두 싫다고 말할 땐 "그럼 넌 뭘 하고 싶니"라고 묻습니다. 처음에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고 점차 선택의 수를 늘려갑니다.
 
네 번째는 재능보다 노력을 칭찬합니다. 100점 시험지를 들고 온 아이에게는 "열심히 공부했구나" 라고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칭찬합니다.
 
다섯 번째는 뒹굴뒹굴할 여유를 주는 겁니다. "엄마, 나 이제 뭐 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심심함을 선물하는 거지요. 심심해야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도 알게 되고 몰입도 가능해집니다. 생각하는 힘은 자율성을 키우는 데에 중요한 거름이 됩니다.
 
여섯 번째는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줍니다. 자녀에게 고통 없는 삶을 주려고 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나 답도 있단다"라는 말을 전하고, 형제간에 싸우고 고자질할 경우에는 "둘이서 해결해 보렴.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둘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라고 한걸음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녀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부모의 노력이 말처럼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시나 통제 없이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부단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