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어른들이 누대에 걸쳐 유학(儒學)을 하였기에 필자는 어려서부터 <소학>을 비롯하여 <사서삼경>을 늘 가까이 하였다. 어른들로부터 듣는 교훈도 사서삼경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필자의 정서는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명민하지 못해 성현들의 저술을 접하고도 그 요체를 체득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여러 고서 중에서도 조여적의 <청학집>에서 배운 '법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을 잊을 수 없다. 조여적은 조선 중기 명종 때의 인물로, 호는 청학(靑鶴)이다. <청학집>은 선파(仙派) 인물들의 행적과 담론을 엮은 책이다. 이 책 안에는 가락국 제2대 왕인 거등왕(재위 199년~253년)과 참시선인에 관한 내용이 있다.
 
'가락국의 방등왕(거등왕) 때 참시선인이 있었는데 칠점산으로부터 왔다. 얼굴이 한옥같이 맑고, 말투는 범음(梵音) 종류다. 왕을 초현대(초선대)에서 뵙고 말하기를 '임금이 자연의 이치로 다스리면 백성도 자연히 풍속을 이룹니다'고 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왕이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자신의 주변 신하에게서가 아니라 수행자에게서 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자는 왕에게 자연의 이치로써 백성을 다스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필자는 이 대목을 읽으며 법에 관한 생각을 했다. 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자연계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법', 즉 자연의 법칙이다. 둘째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인위적인 법'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집단의 이익을 위해 법을 무리하게 만들면 법과 법이 출동하게 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법은 그 사회에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2천여 년 전 참시선인이 왕에게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청학집>을 읽으면 예나 지금이나 자연의 이치가 가장 큰 가르침임을 깨닫는다. 고대 가락국의 거등왕과 참시선인의 문답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기억했으면 한다.

 





▶김영근/성균관유교총연합회 회장, 김해향고 장의, 유도회경남본부 본부장, 성균관 부관장. 김해장군차영농조합 조합장. 휴롬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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