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상공회의소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최근 들어 김해상공회의소를 찾은 회원업체 직원들과 각종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 김해상의를 찾은 시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고 한다. 김해상의 건물이 이른바 괄목상대(刮目相對·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를 해야 할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해뉴스>는 새롭게 태어난 김해의 경제 1번지, 김해상의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김해상의는 김해시청 바로 아래인 김해시 호계로 422번길 24에 있다.

▲ 류진수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류진수 회장·강복희 전 회장 등 합심 지난달 리모데링 끝내
지관 불러 입구 화단에 70년된 분재형 향나무 심어 기력보강

로비에는 다산·화합 비는 잉어 세 마리·연꽃 그림 걸어
회장실엔 소나무 기상 깃든 '천년 소나무' 작품도 전시
전산 교육장·임원실·사무실·옥상 등 곳곳 현대식 새단장


올해는 김해상의가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0일 류진수 (주)대흥알앤티 회장이 11대 김해상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류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으로 상의회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상의회관은 24년 전에 지어진 것이어서 낡고 추레했고, 부정적인 이미지마저 풍겼다. 리모델링 작업은 지난 3월 23일부터 8월 10일까지 계속됐다.

류 회장이 솔선수범했다. 그는 특별회비 1억 4600만 원과 고가의 그림 등 현물을 내놓았다. 부회장들도 가세했다. 1억 5천500만 원이 모였다. 상임위원 10명도 십시일반으로 5천만 원을 모았다. 리모델링이 끝나갈 무렵에는 강복희 전 회장이 1억 원을 쾌척했다. 이런 움직임 덕에 김해상의는 자체 예산을 전혀 쓰지 않고도 리모델링을 단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김해상의 임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됐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류치원 사무국장은 "회장단 등이 '헌집을 고칠 때는 한꺼번에 일을 쳐내야지 띄엄띄엄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런 일은 김해상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류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상의회관의 바깥과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는데, 외형은 낡았지만 그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먼저 상의회관 1층 로비 계단 아래 화단에 서있는 향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원래는 오엽송이 서 있었는데, 수목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수목 정비를 하고 수령 70년 분재형 향나무를 심은 것이었다.

▲ 분산의 기가 내려와 모이는 곳에 '매향'의 의미를 담아 심은 향나무.
향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분산(만장대)의 기가 내려와 모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 민족에게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매향' 즉 향나무를 땅에 묻는 의례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은 향나무를 땅에 묻으며 미래의 희망을 찾았다. 그래서 매향을 할 때는 향나무를 아무 곳에나 그냥 묻지 않는다. 불가의 전언에 따르면 매향의 최적지는 계곡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다. 혹은 절 어딘가, 기가 모이는 곳이다. 류 회장은 도와 선을 공부하는 학인들을 수소문해 상의회관 일대에서 기가 모이는 자리를 찾았다. 지금 분재형 향나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그런 자리이다. 따라서 이 곳의 분재형 향나무는 김해상의를 찾는 기업인들의 성공을 기원하고 김해 시민들에게 좋은 기를 나누어 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이 향나무 앞에 서니 기분이 좋아졌다. 더불어 잘 정비된 화단의 다른 수목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회관 로비로 난 계단에는 나팔꽃이 만개한 화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1층 로비에 당도하자 자동문이 나타났다. 그 전에는 여닫이 수동문이었다. 건물 내부는 은은하면서도 밝았다. 그 전에는 형광등을 켰는데도 어두웠고, 퀴퀴한 냄새가 났고, 답답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현관 천장은 더 높아졌고, 형광등도 LED 전구로 교체됐다. 전기료는 50% 이상 절감됐지만 조명은 5배 이상 밝아졌다.

1층 로비의 오른 쪽 벽면에는 국전 작가인 효산 류종갑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가로 405㎝, 세로 160㎝의 대작으로, 잉어와 연꽃이 그려져 있었다. 류 회장은 류 화백에게 김해의 역사와 연관된 좋은 기운의 그림을 걸고 싶다고 했다 한다. 그 말을 들은 류 화백은 <삼국유사>의 '쌍어 이야기'를 기억했고, 그래서 다산과 성공과 화합의 의미를 더해 잉어 세 마리를 그렸다. 그림 속에서 커다란 잉어들은 서로 마주보며 즐거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림 속의 연꽃은 허왕후와 장유화상에 얽힌 이야기와 자비심을 담고 있었다. 류 사무국장은 그림 한켠에 적혀 있는 글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에 대해 설명했다. 어디서나 항상 본심을 잃지 않고 주체성을 갖고 일을 대하면, 서 있는 곳이 모두 진실의 길로 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중국 선종 임제종의 시조인 임제의현 선사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류 사무국장은 "어떤 일에 직면했을 때 주인공으로서의 패기를 갖고 분발하면 절로 길이 열려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1층 로비에 걸린 효산 류종갑 화백의 잉어그림. 그 옆에 귀한 종려죽 화분이 놓였다.

잉어 그림의 맞은편에는 부귀영화를 뜻하는 목단화 그림이 걸려 있었다. 두 그림 사이에 대형 종려죽은 가만히 서서 운치를 더했다. 이 두 점의 그림과 종려죽은 모두 류진수 회장이 기증한 것이다. 요즘 김해상의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1층에서부터 좋은 기운을 가진 그림을 대하고 있는 셈이었다.

3층의 전산교육장도 확 바뀌었다. 기존의 교육장은 협소해서 이용자들이 불편해 했다. 컴퓨터 선과 전기선이 바닥에 노출돼 있었고, 소방시설도 미비했다. 그랬던 곳이 최첨단 교육장으로 탈바꿈했다. 원터치 자동스크린이 설치됐고, LED 조명이 형광등을 대신했다. 각종 전선은 지중화 됐다. 교육단상도 높아졌고 판서교육이 가능하게 됐다. 최신 소방시설도 구비됐다.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장, 자격시험장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전산교육장 입구 옆에는 휴게공간도 별도로 조성됐다. 은근하고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4층은 임원실과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출입문은 수동문에서 자동문으로 교체됐다. 사무실을 칙칙하게 만들었던 불필요한 책걸상과 각종 비치물품들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무실은 넓고 환해졌다. 민원인들이 이용하는 사무실 입구 앞부분도 확장됐다. 민원대를 사무실 안쪽으로 약 2m 끌어당겼다. 민원인이 이용할 공간이 더 넓어졌다. 그래서 원탁과 의자, 음료수대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공간이 확보됐다. 이 덕에 사무실은 그 전에 비해 시원한 느낌을 제공했다. 사무실 곳곳에는 화분이 많이 놓여 있었다. 마치 화원에라도 들어선 것 같았다. 직원들은 표정이 밝고 쾌활했는데,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임원들을 위해 개방된 회장실에는 효산 류종갑 화백의 '천년 소나무' 그림이 걸렸다.

임원실 공간은 모든 임원들이 회장실, 부회장실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됐다. 회장실에 들어서니 효산 류종갑의 다른 그림 '천년 소나무'가 걸려 있었다. 역시 대작으로 가로 343㎝, 세로 138㎝ 크기였다. 소나무의 굳건하고 푸른 기운이 그림 밖으로 배어나오는 듯 했다.

5층 대회의실은 국제회의와 공연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천장을 더 높이고, 마이크 시스템을 개선했다. 단상도 높이고 빔 프로젝트와 현수막 걸이를 설치했다. 화이트보드, 롤스크린과 블라인드도 모두 최신 자동화 설비로 정비했다.
 
천장의 샹들리에 조명을 켜자 은은한 불빛이 회의실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김해를 찾은 국내외 인사들이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번에는 화장실이었다.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호텔 화장실 같았다. 사람이 들어서면 센서가 작동해 불이 자동으로 켜지고 음악이 들려오는 시스템이었다. 김해상의에서는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화장실까지 둘러본 뒤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옥상도 볼만 했다. 옥상은 준공 이후 처음 그러니까 24년 만에 새롭게 정비됐다. 난삽한 분위기를 풍겼던 에어컨 실외기들은 한곳으로 집중 배치됐다. 그 전에는 바닥이 패이고 비가 새서 5층 회의실에 빗물받이 물통을 놓아두어야 했는데, 6㎜ 짜리 방수 우레탄을 설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옥상 담장 벽에는 실리콘 페인트로 도색작업을 했다. 건강증진시설로 배드민턴장도 설치했다. 김해상의 방문객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옥상은 배드민턴장과 정자로 단장됐다.

옥상에는 정자도 있었고, 곳곳에 화분과 의자가 설치돼 있었다. 휴게공간으로 그만이었다. 옥상에서 높고 푸른 김해의 가을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옥상 정자에 앉아 온갖 시름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기분이 절로 들었다.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김해상의의 달라진 모습을 살피는 일은 한편으로는 행복한 일이었다. 좋은 기운이 모이는 곳에 자리 잡은 향나무, 좋은 의미의 그림들,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화분들, 방문객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는 배려…. 내게도 좋은 기운이 있다면 이곳에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김해 경제 1번지' 김해상의에서 좋은 기운, 좋은 마음을 누려 보시기를.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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