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배 시각장애인회 김해지회 부회장
고교 때 실명…방황하다 제자리 찾아
'경남체육대회' 탁구 남자단식 준우승

"장애인이라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26일 '2015년 경남시각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김해지회 이규배(70·진영읍) 부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김해지회 이규배 부회장.

경남시각장애인체육대회는 경남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에서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텐덤사이클(시각장애인·비장애인 2인 1조), 탁구, 볼링 3개 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는 경남 각 시·군의 20개 지회에서 참가했다. 시각장애인탁구는 탁구공을 네트 위로 넘기는 게 아니라 특수하게 만든 소리 나는 공을 네트 아래로 치는 경기다. 올해 대회에는 20~70대 선수 28명이 참가했다.
 
이 부회장은 9개월 전 김해지회에 '김해회오리시각탁구' 동아리를 만들어 탁구를 시작했다. 그는 "김해지회에서도 중간 정도 수준이다. 대회 당일 대진운이 좋았고 컨디션이 괜찮아 감사하게도 2등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기란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소리에 의지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장애물에 부딪힐 위험성이 크다. 이 부회장도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장애를 갖게 되면서 운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틈틈이 가족과 함께 걷기를 하거나 집에서 아령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해 왔다.
 
이 부회장은 3세 때 홍역을 앓으면서 장애인이 됐다. 경남 합천에 살던 그는 시골에서 병원까지 찾아갈 수 없어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결국 고열은 그의 시력을 앗아갔다. 한쪽 눈은 실명했고 나머지 눈도 점점 흐려졌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그나마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공부를 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중학교 졸업 이후 점점 더 사라지는 시력을 되찾기 위해 부산의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27세 때 완전히 앞을 못 보게 됐다.
 
이 씨는 실의에 빠졌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방황도 잠시, 그는 라디오를 듣다 자신과 같이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을 보지 못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는 시각장애인 교육시설인 대구 광명학교 2학년에 편입해 안마술, 점자 등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
 
졸업 후 다시 김해로 돌아 온 그는 마사지를 하면서 역학을 배워 철학관을 운영했다. 31세에는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려 아들과 딸을 얻었다. 두 자녀는 결혼을 해 지금은 손녀 3명을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1980년에는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김해지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해지회에는 시각장애인 200여 명이 등록했다.
 
그는 "장애인이라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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