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자전거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한 35년 전쯤이었을까, 단발머리 여고생 시절 자전거라는 물건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이 물건이 참 고약한 것이 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아야만 앞으로 나가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녀석을 한 번 타 보겠다고 참 무던히도 고생을 했다. 뒤에서 잡아 주며 가르쳐주던 남동생은 약을 올리며 놀려댔고, 마음과 몸은 따로 움직이기만 했다. 그렇게 비틀비틀 거리며 엉덩방아를 찢고 온갖 수난을 겪은 지 10분, 20분, 30분…. 마침내 1시간이 지난 후, 나는 달리는 자전거에 몸과 마음을 실어 행복한 표정으로 바람을 갈랐다.
 
이렇게 고생하며 배운 자전거는 점차 나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아 갔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킬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나는 늘 자전거를 탔다. 결혼 후에는 아이를 등에 업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나는 늘 자전거와 함께 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행정자치부 후원의 공인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9년부터는 김해도서관 옆 김해자전거교육장에서 주부 자전거교실과 청소년 자전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자전거의 핸들도 만져 보지 못한 분들이 자전거에 입문하도록 돕는 초급반 강사다. 주부 자전거교실 수강생은 30대에서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천차만별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질문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강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보면, 먼저 이론적으로 자전거의 종류, 안전장구의 중요성, 자전거 부품의 종류, 교통 표지판, 자전거 타기의 효율성 등이 주를 이룬다. 실기에 들어가면 자전거 끌기, 중심잡기, 페달밟기, 오르막 오르내리기, 기어변속, 주행 등을 4주 동안 가르친다. 이 다음이 중요하다. 교육장에선 단순히 자전거를 가르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과 레저 활동에서 자전거 타기를 응용하는 법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청소년 자전거교실도 과정은 비슷하다.
 
뒤늦게라도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몰려오는 수강생들을 보면 한편으론 놀랍기도 하다. 도대체 자전거의 매력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자전거와 함께 해온 내 경험을 바탕으로 유추해 보면, 첫째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자전거는 석유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에너지를 주입할 필요가 없이 내 튼튼한 다리로 동력을 생산할 수 있으니 유지비가 거의 안 든다. 둘째 지구의 환경에 치명적인 탄소 배출이 없어 심각한 지구환경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주차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넷째 레저활동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좋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자전거 예찬론이냐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오는 6월이면 우리 김해시에도 자전거 관련 부서가 생긴다고 한다. 사실 김해시는 자전거와 참 잘 어울리는 도시다. 김해에는 가야의 역사가 살아 숨쉰다. 곳곳의 유적지를 돌아보기엔 자전거만큼 적합한 수단도 없다. 자전거로 봉황대, 대성동 고분 박물관,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수로왕비릉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해반천의 계절 변화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자동차보다 느린 속도는 김해의 아름다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차분히 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시청의 행정 개편이 김해를 자전거도시로 거듭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해시민 여러분, 아니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자전거를 생활화하여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이 지구의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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