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아이들 노래
임신행 동시
서상균 그림
해성/175쪽
1만 원

시집 읽으면 아름다운 풍광 펼쳐져
생명의 소중함·자연의 가치 일깨워

자연은 사람이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소나무가 무얼 할까 싶어도 자라고 자라서 건강한 숲을 이룬다. 그 숲이 나를 지키고 가족, 나라, 나아가 우주까지 지켜준다면 처음의 작은 나무 한 그루는 하잘 것 없는 것이 아니다. 아니 위대하다 해야 할 것이다.
 
신발을 벗고 흙길을 걸어본다. 푹신하게 발을 품어주는 흙의 느낌이 감미롭다.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있는 나무의 품으로 냉큼 들어가 눈을 감고 나무의 숨소리를 들어 본다. 감기에라도 걸린 것일까. 쌕쌕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안타깝다.
 
부끄럽고 억울하고 약하다고 생각될 때 작가는 우포늪으로 오라고 이야기 한다. 우포늪을 오래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을 보듬어 주고 성찰하게 하고 다시 살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동시집 <우포늪 아이들 노래>는 우포늪 생물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개발, 보호받지 못해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임신행은 원시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자연늪인 우포늪의 동화작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우포늪에서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채, 그들만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자연의 5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 그야말로 진정 자연인인 셈이다.
 
<우포늪 아이들 노래>를 읽고 있노라면 생강나무, 물옥잠, 갹도요, 노랑부리저어새, 각시붕어, 노랑부리연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고도 진한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음은 시인의 인정스러움 덕이다. 또한 자주 사용하지 않아 낯설어진 순수한 우리말에 달아 놓은 뜻풀이는 덤으로 얻어지는 배려다.
 

시집을 읽으면 우포늪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그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이름 모를 새와줄들이 옆에 와 말을 걸어 온다. 새와줄은 우포늪에서 자라고 있는 풀의 일종이다.
 
작가가 어리고 작은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 마음을 보여주는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우포늪 아기 염소'이다.
 
'세상에 작은 것 치고/아름답지 않은 것 어디 있던가요?//우포늪 아기 염소!/ 보셨습니까!!//몸살을 앓는 지구/만유인력을 밀치고/연약한 아기 염소가 갓 태어나/지구를 딛고 일어서는 저 장한 모습!/아기염소가 비틀비틀/지구도 흔들흔들//가없이/아름답고/장하지요//사람이 혼자 서기란/참 어렵고 세월을 필요로 하지요.//(중략)어린것이라고/얕잡아 보시고 억누르거나 짓밟지 마시기를/짓밟지 마시기를…/작은 것이 세상을 드맑게 드밝게 한다는 사실을 심중에 두시기를'
 
우포늪의 50년 지기 친구인 작가는 출판 기념회를 우포늪 친구들과 함께한다. 막걸리 한 사발, 풋과일, 책을 놓고 절 한 번 하고 나면 몸을 낮추고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창포늪, 갈대늪에서 친구들이 스멀스멀 다가온단다.
 
작가는 작은 생물들의 눈과 입을 빌려 생명의 소중함과 우포늪 주변에서 매순간 생생하게 일어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포늪의 모든 자연이 하루 동안, 사계절 동안,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시시각각 변화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담은 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그래서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편리함에 길들여져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채찍과 간절한 호소를 버무린 포근한 위안도 함께 준다.
 
지금 우포늪엔 돋을볕에 서로 손잡고 피어난 가시연꽃이 한창이다. 해질녘 갈대늪에서 피어나는 야성미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아이와 손잡고 <우포늪 아이들 노래>를 함께 읽고 느껴보기 바란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아우를 때 비로소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임홍자
영운초등학교 전담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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